2026도4423 원심에 제출된 증거물에 대한 DNA 감정결과의 증명력이 문제 된 사건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강간죄 성립 요건인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 간음 여부
-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성폭력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 고려 여부)
소송법적 쟁점
- 항소심이 제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기 위한 요건 (사후심적 속심의 심급구조 특성)
- 과학적 증거방법(DNA 감정)의 증명력 인정 요건 — 채취·보관·분석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 및 인위적 조작·훼손·첨가 부재의 담보 여부
- 원심에서 새로 제출된 DNA 감정서를 전제사실 심리 없이 유죄 증거로 취신한 것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
2) 사실관계
- 피고인은 2021. 8. 27. 20:40경부터 21:00경까지 피고인 차량 뒷좌석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 자체는 인정하나,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 간음은 부인함
- 공소사실: 피고인이 왼손으로 피해자 오른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피해자 몸을 강하게 눌러 반항을 억압한 뒤, 짙은 군청색 계열 슬랙스 바지와 속옷을 강제로 잡아당겨 벗기고 강간하였다는 것
- 피해자 진술: 허리 부분이 고무 밴딩으로 된 슬랙스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피고인이 반항을 억압하여 바지를 강제로 잡아당겨 벗겼다고 진술
- 피고인 진술: 피해자가 단추가 있는 청바지를 입었고, 피고인이 바지를 벗기려 하자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벗었다고 진술
- 이 사건 바지(슬랙스)는 2021. 8. 27.부터 2024. 1. 26.까지 약 2년 이상 피해자가 보관하다가 재정신청 인용 이후 검찰에 제출됨
- 피해자는 사건 발생 약 한 달 후 바지 사진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으나, 약 2개월 후 작성된 수사보고서에는 피해자의 직장 동료들이 해당 바지 사진이 피해자가 출근·퇴근 시 입었던 바지가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사실이 기재됨
- 원심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바지에 대한 DNA 감정이 이루어졌고, 제1심 무죄 선고(2025. 2. 20.) 이후 9개월 뒤인 2025. 11. 27.경 대검찰청 감정서가 작성되어 원심에 제출됨
- 감정결과: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이 이 사건 바지 안쪽 사타구니 솔기부위 1곳에서 검출됨. 피해자 DNA는 바지 안쪽 사타구니 솔기부분·겉면 앞쪽·겉면 뒤쪽 엉덩이 부분 등 3곳에서 검출됨. 불상의 남성 DNA는 바지 겉면 앞쪽·뒤쪽·밴딩 부분 등 겉면 12곳에서 검출되었고, 피해자 DNA와 혼합하여 검출된 부분도 있음
- 제1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을 하여 간음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 선고
- 원심: 이 사건 바지에 대한 DNA 감정결과 및 2차 증인신문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 선고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형법 제297조 | 강간죄 —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 |
| 형사소송법상 자유심증주의 | 법관이 증거의 증명력을 자유로이 판단하되,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야 하며 한계를 일탈할 수 없음 |
판례요지
① 항소심의 제1심 판단 파기 요건 (사후심적 속심 법리)
-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제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①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사실인정 논증이 논리·경험법칙에 어긋나 그 판단 유지가 현저히 부당한 경우, 또는 ② 항소심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②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 요건
-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법관의 사실인정에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짐
- 이를 위해서는 ①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진 감정인에 의하여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되어 법원에 제출된 것이어야 하고, ②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며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함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 등 참조)
- 특히 유일하거나 유력한 증거일수록 과학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로 인해 엄격한 증명 법칙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더욱 엄격한 검토가 필요함
4) 적용 및 결론
쟁점 ① — 항소심의 제1심 무죄 판단 파기 가부
법리
사후심적 속심인 항소심이 제1심 판단을 파기하려면, 새로운 객관적 사유가 드러나거나 제1심의 판단 유지가 현저히 부당한 경우이어야 함.
포섭
-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는 피해자에 대한 2차 증인신문과 대검찰청 감정서가 전부임
- 2차 증인신문은 위 법리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그에 따른 원심의 심증 형성은 존중할 수 있음
- 그러나 검사가 유력한 보강증거로 제출한 대검찰청 감정서는 이 사건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것으로서, 이를 과학적 증거로 쉽게 취신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는 없음 — 이 사건 바지의 보관 과정에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임
결론
원심이 감정서의 전제사실 구비 여부에 대한 심리 없이 이를 유죄 증거로 채택한 것은 심리 미진에 해당함.
쟁점 ② — DNA 감정서의 증명력 인정 가부
법리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구속력을 가짐.
포섭
- 이 사건 바지는 2021. 8. 27.부터 2024. 1. 26.까지 약 2년 이상 피해자가 자체 보관함. 그 보관 기간 중 조작·훼손·첨가 여부, 뒤늦게 제출된 경위 등에 관한 피해자의 수사기관·법정 진술이 전혀 없고, 재판 과정에서도 심리된 바 없음
- 재정신청 이유보충서의 "증거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여 따로 보관하여 왔습니다."라는 기재만으로는 인위적 조작·훼손·첨가 없이 보관되었음이 담보되었다거나 검사가 이를 증명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 피해자의 직장 동료들이 피해자가 제출한 바지 사진이 평소 입었던 바지가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반대증거가 존재함에도 수사기관은 2년 이상 이 사건 바지를 피해자의 수중에 방치함
- 피고인의 DNA는 이 사건 바지 안쪽 사타구니 솔기부분 1곳에서만 검출되었고, 강제로 바지를 벗기는 과정에서 상당한 실랑이가 있었다면 겉면에서도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겉면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음
- 반면 불상의 남성 DNA가 바지 겉면 12곳에서 검출되고, 피해자 DNA와 혼합 검출된 부분도 있어 오염 또는 인위적 첨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움
증거
- 대검찰청 감정서(2025. 11. 27.경 작성):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 검출 — 그러나 전제사실(자료 동일성·보관 과정의 무결성) 미담보로 증명력 인정 불가
- 수사보고서: 피해자 직장 동료들의 바지 불일치 진술 — 반대증거로 기능
- 재정신청 이유보충서: 보관 경위 기재 — 담보력 불충분으로 증명 부족
결론
원심이 이 사건 바지에 대한 DNA 감정결과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의 구비 여부에 대한 심리 없이 만연히 이를 취신하여 유죄의 증거로 추가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 원심판결 파기환송.
참조: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6도442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