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행사 해당 여부: 서울대학교의 '94학년도 대학입학고사 주요요강 제정·발표 행위가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권리보호이익): 아직 시행령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전안내 단계의 요강에 대하여 현재 헌법소원을 청구할 이익이 있는지 여부
보충성: 별도 행정쟁송으로 구제가능한지 여부
본안 판단
서울대학교가 인문계열 대학별 고사 선택과목에서 일본어를 제외한 것이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원칙 및 헌법 제31조 제1항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대학의 자율권(헌법 제31조 제4항)의 범위와 한계
2) 사실관계
사건개요
교육부는 1985년부터 6년간 연구를 거쳐 1991.4.2. 각 대학에 1994학년도부터 시행 예정인 대학입학시험제도개선안을 통보함. 개선안은 제1유형(내신성적만)~제4유형(내신+수능+대학별고사) 중 대학이 자율 선택하도록 하되, 고등학교 내신성적 40% 이상 필수 반영 의무 부과. 동 개선안은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 개정을 전제로 함
고등학교 교육과정 외국어 교과 운영지침 — 영어 필수, 독일어·프랑스어·에스파냐어·중국어·일본어 중 1과목 선택
결정요지
(1) 적법요건 — 공권력 행사 해당 여부 및 헌법소원 적법성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는 특정한 국가목적(대학교육)에 제공된 인적·물적 종합시설로서 공법상의 영조물임. 서울대학교가 대학입학고사시행방안을 정하는 것은 공법상의 영조물이용관계설정을 위한 방법·요령과 조건 등을 정하는 것이어서 서울대학교 입학고사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 시행방안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요건·의무 등을 제한설정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제정·발표하는 것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됨.
다만, 서울대학교의 주요요강은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 개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현 시점에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계획안이어서 이를 제정한 것은 사실상의 준비행위에, 발표한 행위는 사전안내에 불과하여 행정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가 될 수 없음. 그러나 이러한 사실상의 준비행위나 사전안내라도 그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고 앞으로 법령의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될 수 있는 것일 때에는 그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기본권침해를 받게 되는 사람에게는 사실상의 규범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이 이미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것도 헌법소원의 대상은 될 수 있음. 서울대학교의 주요요강은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 개정 후 그대로 시행될 것이 그 제정·발표 경위에 비추어 틀림없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를 제정·발표한 행위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함. 이에 대한 달리 구제방법도 없음.
(2) 적법요건 — 권리보호이익(기본권 침해의 현재성)
주요요강은 1994학년도 신입생선발부터 적용 예정이며, 교육법시행령 개정을 전제로 시행 가능한 것임. 청구인 신○진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으로 1995학년도 응시 예정자임. 그러나 요강의 제정·발표 경위에 비추어 1994학년도부터 시행되고 1995학년도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예측되며,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청구인들은 서울대학교 입시에서 불이익을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을 현재 시점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하므로 기본권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하여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함이 옳음. 기본권침해가 눈앞에 닥쳐올 때를 기다렸다가 헌법소원을 하라고 요구한다면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임.
(3) 본안 — 대학의 자율성 법리
헌법 제31조 제4항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교육의 자주성이나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서 이는 대학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임. 따라서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는 다른 국가기관 내지 행정기관과는 달리 공권력의 행사자의 지위와 함께 기본권의 주체라는 점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학사관리 등 전반적인 것이어야 하므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전형도 자율의 범위에 속하며, 따라서 입학시험제도도 자주적으로 마련될 수 있어야 함.
다만 이러한 대학의 자율권도 헌법상의 기본권이므로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법률유보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 등을 이유로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 제한될 수 있으며, 교육법 제111조의2 및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의 규정은 바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대학자율권 규제법률임.
(4) 본안 — 일본어 선택과목 제외의 적법성 판단
개정될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를 전제로 한 대학별 고사제도에서는 고등학교 교과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과목을 고사과목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제한 외에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과목수는 3과목 이내로 하도록 권장하는 것에 불과함. 따라서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기로 한 서울대학교가 대학별 고사과목, 외국어 선택과목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고등학교 교과과목의 범위 내에서 서울대학교의 자율에 맡겨진 것임.
서울대학교가 일본어를 선택과목에서 제외함으로써 초래되는 불이익은 서울대학교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이라는 기본권의 주체로서 자신의 주체적인 학문적 가치판단에 따른,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적법한 자율권행사의 결과 초래된 반사적 불이익임. 청구인들과 서울대학교와의 관계는 기본권 주체와 공권력 주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아울러 기본권주체 상호간의 관계이기도 함. 더구나 서울대학교는 일본어 대신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필수과목으로 모든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한문을 선택과목으로 채택하였고, 2년간의 준비기간을 두고 요강을 발표함으로써 충분한 대비 기회를 부여하였으므로 교육의 기회균등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음.
4) 적용 및 결론
① 공권력 행사 해당 여부 및 헌법소원 적법성
법리: 사실상의 준비행위·사전안내라도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고 법령 뒷받침에 의하여 그대로 실시될 것이 틀림없이 예상될 경우 사실상의 규범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이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됨
포섭: 주요요강은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 개정을 전제로 하여 법적 효력이 없는 행정계획안이나, 제정·발표 경위에 비추어 시행령 개정 후 그대로 시행될 것이 틀림없이 예상되어 사실상의 규범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이 이미 발생하였음. 별도 구제방법도 없음
결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여 헌법소원 청구 적법
②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권리보호이익)
법리: 기본권침해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경우 기본권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하여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함
포섭: 1994학년도부터 시행이 확실히 예측되고 1995학년도에도 적용 가능성이 충분히 예측됨. 일본어를 배우는 청구인들은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지원 시 선택과목 제한으로 인한 불이익을 현재 시점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함
결론: 청구인 신○진(1학년), 노○현(2학년) 모두 기본권침해의 현재성 인정, 심판청구의 이익 인정
③ 일본어 선택과목 제외의 헌법 위반 여부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31조 제1항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교육의 기회균등): 능력 이외의 사유에 의한 교육기회 차별 금지를 내용으로 하며, 취학기회의 평등을 포함함
(나) 대학의 자율권과의 충돌 심사
(1) 법리: 대학의 자율권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 의하여 학사관리 전반(학생의 선발·전형 포함)에 미치는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행사 가능함. 청구인과 서울대학교의 관계는 기본권주체 상호간의 관계이기도 함
(2) 포섭: 개정될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 하에서 대학별 고사과목 선정은 고등학교 교과과목 범위 내에서 서울대학교의 자율에 맡겨진 사항임. 일본어 제외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 적법한 자율권행사의 결과. 한문을 대체 선택과목으로 채택하고 2년간의 준비기간을 부여하여 불이익에 대한 배려를 한 점에서 교육의 기회균등 본질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음. 초래되는 불이익은 적법한 자율권행사로 인한 반사적 불이익에 불과함
(3) 결론: 헌법 위반 아님
최종 결론(주문)
심판청구 기각
5) 반대의견
재판관 김진우·이시윤의 별개의견 (청구인 노○현 부분)
청구인 신○진(1학년)에 대하여는 재판관 조규광의 별개의견과 동일한 입장(합헌)
청구인 노○현(2학년)에 대하여: 종래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 및 제71조의4에 의한 대학입학학력고사에서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일본어가 줄곧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는 한시법이 아니었음. 고등학교 입학 이래 1년간 일본어를 학습한 것은 향후 대학학력고사에서 일본어가 계속 포함된다는 신뢰 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이 신뢰는 교육법에 바탕을 둔 종전 입시제도의 지속에 대한 신뢰로서 법치주의에서 파생된 신뢰보호의 원칙상 보호되어야 할 법적 이익임. 일본어만 배제하면서 아무런 경과조치 없이 신뢰이익을 외면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평등원칙 및 헌법 제31조 제1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
그러나 서울대학교가: ① 시행 2년 전 발표로 상당한 시간적 여유 부여, ② 한문을 대체 선택과목으로 채택(일본어와 한자혼용 공통성으로 피해 감소 가능), ③ 대학별 고사에서 선택과목 배점이 전체의 5%~7% 예정으로 근소한 비중 —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신뢰이익 침해의 정도는 100점 만점 기준 약 2점 내외에 불과하여 사회통념상 수인한도 초과 수준이 아님. 헌법 제31조 제4항의 대학자율성 보장과 비교형량할 때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아 헌법위반으로 보기 어려움 →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기각)에 가담
재판관 조규광의 별개의견(신○진)·반대의견(노○현)
신○진(1학년): 1학년의 경우 남은 기간 동안 일본어 이외의 다른 제2외국어로 전환하여 공부할 여지가 있으므로,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이라는 공공복리와 비교형량할 때 신뢰이익이 우선된다고 보기 어려움 → 위헌이라 할 수 없음(합헌 별개의견)
노○현(2학년): 종래 대학입학학력고사에서 일본어가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정착되어 있었고, 고등학교 2학년 청구인은 이미 1년간 일본어를 집중학습함. 남은 기간 내 해당 학교에서 다른 제2외국어 과목을 개설하여 소정 단위 수업을 마칠 수 있다는 확증이 없으며, 이는 제도신뢰에 근거하여 형성된 이익을 소급 박탈하는 것임. 신뢰보호의 원칙상 2학년 청구인의 신뢰가 대학자율성·다양성이라는 공공복리보다 우선보호되어야 하고, 일본어 선택 학생을 다른 제2외국어 선택 학생에 비해 차별할 합리적 이유가 없음. 인문계열 선택과목에서 일본어를 제외한 부분은 헌법 제11조 제1항 평등원칙 위배로 헌법 제31조 제1항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위헌이므로 취소되어야 함
재판관 김양균의 반대의견 (전원에 대한 반대)
대학의 자율권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 보장되나 학생의 수학권(헌법 제31조 제1항)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없음. 일단 제2외국어를 선택과목에 포함하기로 한 이상, 합리적 이유 없이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일본어 수강자에게만 차별을 가하는 것은 자의금지 원칙에 위배됨
교육법시행령 제71조의2 및 교육부고시 제88-7호에 따라 5개 제2외국어(독일어·프랑스어·에스파냐어·중국어·일본어)가 동등하게 선택과목으로 운영되어 왔음. 현행 학력고사에서 제2외국어 비중은 6.25%, 주요요강에서는 약 10%로 오히려 비중이 높아짐. 일본어를 배우는 고등학교 1·2학년생이 약 58만명(전체 1·2학년의 43.7%)이고, 서울대 지망 일본어 선택자는 연간 1,000명 이상으로 추산됨. 한문은 학력고사에서 국어 과목의 일부(10점 미만)로 제2외국어(20점 독립과목)와 본질적으로 달라 대체가능성 없음
신뢰보호의 원칙: 국민이 종전에 정착된 행정법질서의 계속적 법률관계가 장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합리적 신뢰를 바탕으로 개인의 법적 지위를 형성해 왔을 때, 국가는 예측가능성·법적안정성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 현재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교육부의 입시제도를 신뢰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귀책사유가 없음. 피청구인의 주요요강은 교육부의 개선안을 승계한 것이어서 선행 입시제도에 대한 신뢰를 소급 침해하는 것은 신뢰보호원칙 위배
과잉금지원칙 위반: 시행시기를 1995년 또는 1996년으로 하면 피해가 대폭 감소 또는 전무함에도 굳이 1994년부터 강행할 만한 특별한 공공복리상 사정이 없어 피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 요건 미충족
결론: '94학년도 대학입학고사 주요요강이 1994년도부터 시행된다면 신뢰보호원칙 위배로 헌법 제31조 제1항(제11조 등)이 보장하는 취학기회의 균등 내지 수학권을 침해하므로 시행시기는 1996년도 이후로 미루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충분한 경과조치 미비로 위헌적 공권력 행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