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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아카이브

손해배상(기)

1994. 4. 15.

AI 요약

92다25885 손해배상(기)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의사의 설명의무의 내용과 그 발생요건(긴급성 등에 따른 면제 여부)
  •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 치료상 과실이 없더라도 위자료 지급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 의약품 제조·판매자의 설계·제조·표시상 과실 여부

소송법적 쟁점

  • 가정적 승낙 항변이 당사자의 주장 없이도 법원이 직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2) 사실관계

  • 원고 1은 1983.6.29. 교통사고로 뇌부분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이하 '피고 법인') 경영의 한양대학부속병원에 응급입원함(당시 20세 2개월 남짓)
  • 피고 법인 소속 신경외과 전문의인 소외 1은 원고 1이 두부손상으로 가면상태에서 의식이 없고, 우측 측두부의 급성뇌막하혈종과 뇌부종으로 뇌압이 상승하고 있었으며, 뇌막파열로 뇌척수액과 혈액이 뇌표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등 생명이 매우 위중한 상황임을 확인함
  • 소외 1은 산소공급과 급성 뇌압강하제인 만니톨 주사 등 응급조치를 취한 뒤, 뇌압하강과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 쇼크치료제인 부신피질호르몬제제 솔루메드롤을 투약하기로 결정하고, 입원 당일 250mg, 익일부터 3일간 매일 500mg씩, 그 후 3일간 매일 250mg씩 주사함으로써 의식이 정상회복되는 등 위급한 고비를 넘겨 투약을 중단함
  • 그 후 두부 외상부의 조직부종으로 속발된 우측안면신경 중증도 마비를 치료하기 위하여 3일간 매일 250mg씩, 그 다음 3일간 매일 125mg씩을 재차 주사함
  • 각 투여 당시 원고 1이나 그 가족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소외 1의 독자적 판단으로 솔루메드롤을 투여함
  • 그 결과 원고 1의 중증 뇌부종 및 안면신경마비 증세는 성공적으로 치료되어 퇴원하였으나, 그로부터 1년 5개월 이후 위 약품투여의 부작용으로 대퇴골두골저 무혈성괴사(불치의 병으로 고관절 운동장애가 수반됨)의 증상이 나타남
  • 원심(서울고등법원 1992.5.12. 선고 91나55669 판결)은 소외 1에게 투약에 의한 치료상 과실은 없다고 판단하고,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하여도 원고 1 외 가족은 설명의무의 상대방 내지 동의·승낙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응급입원 당시 및 신경마비증세 치료가 급박하여 사전설명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며, 부작용 발생가능성이 희박하여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함
  • 원고들은 상고이유로 피고 법인에 대하여는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를, 솔루메드롤 제조·판매자인 피고 한국업죤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에 대하여는 제조·판매상 과실에 관한 법리오해를 주장함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조문요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 —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지급책임의 근거

판례요지

  • 의사의 설명의무의 내용
    • 의사는 반드시 병을 완치시켜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선의 주의로써 병을 치료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음
    • 환자에 대한 수술은 물론, 치료를 위한 의약품의 투여도 신체에 대한 침습(侵襲)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의사는 긴급한 경우 기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에 대하여 질환의 증상, 치료방법 및 내용, 그 필요성, 예후 및 예상되는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수술이나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음
    • 이러한 설명을 아니한 채 승낙 없이 침습한 경우에는, 설령 의사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됨(대법원 1994.4.15. 선고 93다60953 판결, 1987.4.28. 선고 86다카1136 판결, 1992.4.14. 선고 91다36710 판결 참조)
    • 따라서 긴급한 경우가 아닌 한 의사는 사전 설명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위반한 침습은 그 자체로 위법함
  •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요건
    • 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위 투약에 동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됨
    • 따라서 의사측의 주장이 없거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된다고 볼 수 없다면 가정적 승낙에 의한 면책은 인정될 수 없음
  •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 피해자가 의사의 치료상의 과실이 없더라도 그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하였다면 그 위법행위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고, 가족들도 위 고통을 함께 입었다 할 것임
    • 이러한 경우 병원을 경영하는 법인은 위 피해자에게 신체장해 등에 의한 재산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위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지급할 책임이 있음
    • 따라서 치료상 과실이 없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이 있으면 위자료 지급책임이 발생함

4) 적용 및 결론

쟁점 1: 원고 1의 의식회복 전 투약에 대한 설명의무 존부

  • 법리: 의사는 긴급한 경우 기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하여 사전 설명의무를 부담하나, 사전 설명이 불가능한 긴급한 경우에는 그 의무가 면제됨
  • 포섭: 원고 1이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의식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투약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이 불가능하여 긴급한 경우에 해당함
  • 결론: 그때까지 소외 1의 설명의무를 부인한 원심 판단은 옳다고 수긍됨

쟁점 2: 원고 1의 의식회복 후 재투약에 대한 설명의무 존부

  • 법리: 의사는 긴급한 경우 기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에게 치료방법 및 내용,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사전에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고,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함
  • 포섭: 원심 판시에 의하여도 의식회복 후 설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한 사태가 존재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고, 솔루메드롤의 부작용은 이미 의학계에 보고되어 그 제조판매자인 피고 회사도 이를 경고하고 있었으며, 원고와 같은 입원환자는 통상 의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의약품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는 점, 그 부작용은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으로 원고 1에게는 의외의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부작용을 비전형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발생가능성의 희소성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도 할 수 없음
  • 결론: 의식회복 후에도 치료의 경과와 부작용의 가능성에 관한 설명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려움

쟁점 3: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 인정 여부

  • 법리: 가정적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측의 항변사항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됨
  • 포섭: 피고 법인의 가정적 승낙에 관한 주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 판시와 같이 의사입장에서 달리 대체할 치료방법이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원고 1이 위 부작용을 고려하여 여러가지로 대처할 선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그 투약을 승낙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할 수 없음
  • 결론: 원심이 사실상 가정적 승낙을 인정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한 것은 부당함

쟁점 4: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 치료상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위자료 지급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 법리: 피해자가 의사의 치료상 과실이 없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으로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하였다면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병원을 경영하는 법인은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은 없더라도 위자료 지급책임은 있음
  • 포섭: 원고 1은 소외 1의 치료상 과실이 없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으로 승낙권을 침해당하여 예기치 못한 솔루메드롤 부작용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나머지 원고들(가족)도 위 고통을 함께 입음
  • 결론: 피고 법인은 원고들에게 신체장해 등에 의한 재산적 손해배상책임은 없으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책임이 있음

쟁점 5: 피고 회사(솔루메드롤 제조·판매자)의 책임 존부

  • 법리: 의약품 제조·판매자는 그 설계와 제조과정상의 잘못이나 발매 후의 부작용에 관한 조사연구를 게을리한 과실이 없고, 당시까지 알려진 바에 따라 그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사용지시와 경고의무를 다하였다면 책임을 지지 아니함

  • 포섭: 피고 회사는 솔루메드롤의 설계와 제조과정상의 잘못이나 발매 후의 부작용에 관한 조사연구를 게을리한 과실이 없으며, 당시까지 알려진 바에 따라 그 약품설명서에 의하여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사용지시와 경고의무를 다함

  • 결론: 피고 회사에 대한 원심의 책임 부정 판단은 정당하고 이 부분 상고논지는 이유 없음

  • 최종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함.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에 대한 나머지 상고와 피고 한국업죤 주식회사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하며, 그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함

참조: 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