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법 제61조 중 제31조 제5호 부분(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공무원 당연퇴직)이 공무담임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침해하는지 여부
2) 사실관계
사건개요
청구인 곽○병(2001헌마788): 1992년 9급 수산직 지방공무원 채용 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기소되어 2001. 1. 12. 부산고등법원에서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 확정(대법원 상고 기각). 이로써 지방공무원법 제61조·제31조 제5호에 따라 당연퇴직 처리됨. 2001. 10. 24. 헌법소원 청구.
청구인 박○수(2002헌마173): 1990년 지방건축서기보 임용 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되어 2000. 11. 7. 대전지방법원에서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 확정(대법원 상고 기각). 동 조항에 의해 당연퇴직 처리됨. 2002. 3. 9. 헌법소원 청구.
침해 원인 공권력: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중 제31조 제5호 부분에 의한 법률상 당연퇴직
당사자 주장
청구인들: ① 벌금형은 결격사유가 아님에도 그보다 가벼운 선고유예를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한 것은 평등권·체계정당성 위반. ② 범죄의 종류·내용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당연퇴직시키는 것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며, 징계절차를 통한 결정이 더 적절함.
행정자치부장관: ① 공무원의 고도의 윤리성·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정당한 공익 목적. ②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로 범위를 한정하여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음. ③ 법관이 양형 재량 시 당연퇴직 효과를 고려하여 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음.
3) 적용법령 및 결정요지
적용법령
조문
요지
지방공무원법 제61조
공무원이 제31조 각호 중 하나에 해당할 때 당연퇴직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5호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공무원 임용 불가(결격사유)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짐
헌법 제37조 제2항
기본권 제한의 한계 —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제한 가능하되, 본질적 내용 침해 불가
형법 제59조 제1항·제60조
선고유예 — 1년 이하 징역·금고·자격정지 또는 벌금형 선고 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경우 형의 선고 유예 가능, 2년 경과 시 면소 간주
결정요지
(가) 당연퇴직제도의 의의 및 목적
당연퇴직이란 임용결격사유 발생 자체로 법률상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며 별도 행정처분을 요하지 않음(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누2036 판결 참조)
입법목적: 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직무에서 배제하여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공무원직의 신용을 유지하고, 직무의 정상적 운영 확보, 공무원범죄 사전 예방, 공직사회 질서 유지(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누7307 판결 참조)
(나) 선고유예의 의의 및 법적 성질
선고유예: 범정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2년 경과 시 면소로 간주하는 제도. 단기 자유형 폐해 제거를 위한 집행유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처벌받았다는 오점을 남기지 않게 함으로써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하는 특별예방 목적에 이바지함. 1년 이하의 징역·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로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할 것을 요건으로 함.
(다)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 입법부·집행부·사법부·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공공단체 구성원으로서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 모든 국민이 현실적으로 직무를 담당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무담임에 관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함.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까지 포함됨. 후자는 전자보다 당해 국민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므로 보호영역에서 배제하면 기본권 보호체계에 공백이 발생하며, 헌법 제25조의 문언으로도 현재 공무를 담임하고 있는 자를 그 공무로부터 배제하는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없음(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헌재 1997. 3. 27. 96헌바86 참조).
(라) 과잉금지원칙의 심사기준
헌법 제37조 제2항: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① 입법목적의 정당성, ②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③ 입법으로 인한 피해의 최소성, ④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함.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됨(헌재 1997. 3. 27. 94헌마196 등 참조).
공무담임권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나,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아니 됨.
4) 적용 및 결론
쟁점: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무담임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침해하는지 여부
(가) 제한되는 기본권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 공직취임 기회의 자의적 배제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도 보호영역에 포함됨
(나) 과잉금지원칙에 의한 심사
(1) 목적의 정당성
법리: 입법목적이 헌법상 추구 가능한 정당한 공익이어야 함
포섭: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공무원직 신용 유지, 직무의 정상적 운영 확보, 공무원범죄 사전 예방, 공직사회 질서 유지라는 입법목적은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고 현실적 필요성도 명백함
결론: 목적의 정당성 인정
(2) 수단의 적합성
법리: 공익 실현을 위하여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여야 함
포섭: 공무원이 범죄로 인하여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 공직 전체에 대한 신뢰 유지에 영향을 미치므로, 당해 공무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음
결론: 수단의 적합성 인정
(3) 침해의 최소성
법리: 입법목적 실현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함(헌재 1998. 5. 28. 96헌가5 참조)
포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종류나 내용을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으면 당연히 퇴직하도록 규정함. 그러나 같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라도 범죄의 종류·죄질·내용이 지극히 다양하여 국민의 공직 신뢰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가 있음.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벌금형 선고 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경우로서, 당해 피고인의 책임 및 불법의 정도가 현저하게 크다고 할 수 없는 경우임. 입법자로서는 당연퇴직사유를 입법목적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범죄의 유형·내용으로 가급적 한정하거나, 징계 등 별도 제도로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경우를 당연퇴직사유에서 제외하였어야 함.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실범의 경우마저 당연퇴직사유에서 제외하지 않음. 과실범은 법적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있으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다고 하여 당연히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 오늘날 자동차 등 현대 문명의 이기 이용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공무원이 순간적인 과실로 범죄를 저지를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이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고려하여야 함.
독일, 미국, 영국 등 외국 입법례도 직무관련범죄, 일정 기간 이상의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은 고의범, 중죄(felony)의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으로 당연퇴직사유를 제한하고 있음(독일: 고의범으로서 1년 이상의 자유형, 내란·외환 등 6개월 이상의 자유형으로 한정).
결론: 최소침해성 원칙 위반
(4) 법익의 균형성
법리: 공익과 사익 간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며, 당연퇴직은 별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없이 공무원직을 상실시키므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됨
포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연퇴직사유를 적절한 제한 없이 포괄적으로 규정하여 공익을 사익에 비해 지나치게 우선시킴.
사회구조의 변화로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 간 신분적 특성의 동질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모든 범죄로부터 순결한 공직자 집단'이라는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공직에 대한 신뢰를 과장하여 해석하는 것임. 오늘날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에서 공무원의 일자리 보장이 공무담임권 보장의 가장 기본적 수단임을 고려하면 개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의 중요성이 더욱 큼.
당연퇴직사유를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하게 규정하는 것은 규정체계상 불합리함. 채용을 불허하는 경우 해당자가 잃는 이익은 크지 않으나, 이미 채용된 공무원을 퇴직시키면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하는 것으로 잃는 이익이 현저히 큼. 이처럼 다루는 이익의 크기가 현저하게 상이함에도 임용결격사유와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은 사익에 비해 공익을 지나치게 우선한 것임.
선고유예와 같은 경미한 판결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면, 법원이 당연퇴직 효과를 고려하여 벌금형을 선택하는 압력을 받게 되어 형사판결이 왜곡될 수 있음.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지 않은 범죄의 경우 법원으로서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함.
결론: 법익균형성 원칙 위반
최종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종류와 내용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였고, 공직제도의 신뢰성이라는 공익과 공무원의 기본권이라는 사익을 적절하게 조화시키지 못하여 공무담임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침해함.
종전 헌재 1990. 6. 25. 89헌마220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의견은 재판관 한대현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 8인의 찬성으로 변경함.
주문: 지방공무원법 제61조 중 제31조 제5호 부분(1966. 4. 30. 법률 제1794호로 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5) 반대의견
재판관 한대현의 반대의견
요지 및 근거
(가) 공무원근무관계의 특수성
공무원은 공익실현이라는 국가작용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자로서 고도의 윤리·도덕적 의무를 부담함(법령준수의무, 복종의무,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청렴의무 등). 공익실현을 위하여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함.
헌법 제7조 제2항의 공무원 신분 보장은 무제한적이지 않으며, 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헌법이 정한 신분보장 원칙 아래 법률로 내용을 정할 수 있음(헌재 1990. 6. 25. 89헌마220 참조).
(나) 유죄판결과 공무원 신분상 불이익의 관련성
공무원이 범죄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당해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고, 이는 공직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함. 범죄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공무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과하는 것은 공무원에게 공무를 위임한 국민의 일반의사에 부합함.
형사처벌 사실 자체를 이유로 당연퇴직시키는 방법과 별도의 징계절차를 거치는 방법 중 어느 것만이 헌법에 합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이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함. 다만, 당연퇴직의 경우 신분상 불이익과 보호하려는 공익이 합리적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헌법적 제약이 따름.
법관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 판결 시 지방공무원법상 당연퇴직 효과를 고려하여 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는 폭넓은 양형 재량권을 가지므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 판결 자체에 기소된 지방공무원을 공직으로부터 배제하겠다는 판단이 내재된 것으로 보아야 함. 벌금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되지 않은 범죄의 경우는 범죄의 중대성 및 공무원 신분의 특수성에 비추어 당연히 공무집행에서 배제시키려는 입법자의 확고한 의사가 현출된 것으로 긍인될 수 있음.
결론
공무원에게 가해지는 신분상 불이익과 보호하려는 공익을 비교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으며, 종전 헌재 견해(89헌마220)는 유지되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