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들의 행위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성과물 도용, 신뢰관계 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
소송법적 쟁점
주위적·예비적 병합 청구 구조에서 일부 청구에 대한 파기의 범위(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 전부 파기 여부)
2) 사실관계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편찬한 '임원경제지'(113권, 총 16개 지(志)로 구성된 백과전서)의 번역 사업과 관련하여 분쟁 발생
원고(사단법인 임원경제연구소)는 피고 대한민국 산하 ○○대학교 쌀·삶·문명연구원(이하 '○○대 문명연구원')과 협력하여 임원경제지 번역 사업(이하 '이 사건 협력 사업')을 수행하기로 함
원고는 '위선지'·'만학지' 번역을 위해 여러 필사본에 대한 서지조사, 원문 입력, 필사본 비교·대조를 통한 교감 작업, 표점 작업을 수행하여 번역본 초고(이하 '원고 번역본 초고') 작성
○○대 문명연구원이 원고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임원경제지 번역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유로, 원고는 2009. 8. 13. 이 사건 협력 사업 종결을 통보하고 원고 번역본 초고 등 자료의 폐기 및 사용금지 명시적 요청
○○대 문명연구원은 이후 피고 3, 4, 5와 각각 위선지·만학지 번역 계약을 체결하였고, 번역 작업을 거쳐 만학지 번역서(2010. 9. 30.)와 위선지 번역서(피고 저작물, 2011. 11. 20.)가 피고 주식회사 소와당을 통해 출판됨
피고 저작물과 원고 번역본 초고는 기초 필사본 일부가 서로 다르나, 원고 번역본 초고의 오류가 피고 저작물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고,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세세한 번역 문구가 서로 일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음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조문
요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저작물 정의 —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책임
판례요지
창작성 법리: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지 않으나,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아야 함.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은 창작물에 해당하지 않음
교감·표점 부분의 창작성: 원문을 확정하는 교감 작업과 표점부호를 선택하는 표점 작업은 모두 학술적 사상 그 자체에 해당함. 동일한 학술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적합하지 않으므로, 결국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음. 따라서 교감한 문자와 표점부호 등으로 나타난 표현에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다고 보기 어려워 창작성 불인정
실질적 유사성 및 저작권 침해: 저작권 침해는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 모두 요건임. 유사성 판단 시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대비하여야 하고, 복제된 부분이 원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도 고려하여야 함. 원심이 의거성은 추인하였으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에 법리 오해 없음
민법상 불법행위 위법성: 위법행위는 법률 위반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법질서 관점에서 사회통념상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포함하는 탄력적 개념.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함.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 계약 교섭 과정에서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가지게 된 상대방의 그러한 기대·신뢰를 상당한 이유 없이 침해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불법행위 성립 가능. 특히 상대방의 성과물을 무단 이용한 경우 위법성을 좀 더 쉽게 인정할 수 있음
파기 범위: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 항소심판결에 대해 선택적 청구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으면 전부 파기하여야 하고, 이는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됨
4) 적용 및 결론
쟁점 ① 교감·표점 부분의 창작성
법리: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은 창작물이 아님
포섭: 교감 작업(원문 확정)과 표점 작업(표점부호 선택)은 학술적 사상 그 자체에 해당함. 동일한 학술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논리구성상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적합하지 않아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부분임.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다고 보기 어려움
결론: 원고 저작물의 교감·표점 부분은 창작성을 가지지 않음 → 원심 판단 정당, 상고 기각
쟁점 ② 저작권 침해(실질적 유사성)
법리: 실질적 유사성 판단 시 창작적 표현 형식 부분만 대비, 양적·질적 비중 고려
포섭: 원심은 의거성은 추인하였으나 창작성 없는 교감·표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창작적 표현 형식 부분에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함
결론: 저작권 침해 불인정 → 원심 판단 정당, 상고 기각
쟁점 ③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 여부
법리: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무단 이용한 행위, 또는 계약 교섭 과정에서 보호가치 있는 기대·신뢰를 상당한 이유 없이 침해한 행위는 불법행위 구성 가능
포섭:
원고 번역본 초고는 다수 전문가 참여, 상당한 시간·비용·정신적 노력이 투입된 성과물임. 기존 문헌 탐색·수집 노력과 정리 결과물의 가치도 인정되므로 원고 번역본 초고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음
공통된 오류와 번역 문구의 일치 사례에 비추어 피고 저작물이 원고 번역본 초고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음
○○대 문명연구원과 원고 사이에는 이 사건 협력 사업을 통한 협력관계·신뢰관계가 형성되었고, 원고 번역본 초고는 그러한 협력·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계약 체결 준비 과정에서 작성된 것임. 원고는 협력 사업 종료 후 자료 폐기 및 사용금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하였음
피고들이 위 사정을 인식하고서도 원고 번역본 초고를 무단으로 이용하였다면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큼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불법행위 불성립으로 판단하여 법리 오해 및 심리 미진의 잘못을 범함
결론: 원심의 불법행위 불성립 판단 파기,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쟁점 ④ 파기의 범위
법리: 예비적 병합 청구에서도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 중 하나의 상고가 이유 있으면 전부 파기
포섭: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고 논리적으로 양립 가능한 청구로서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음.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 대상이 됨
결론: 원심판결 중 금원 지급 청구 부분 전부 파기·환송. 나머지 상고(금지청구 등)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