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확인일 인정에 있어 공식 역학조사보고서 대비 피고 제출 평가보고서의 증명력 우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혈액제제 투여 전 감염 여부 판단에서 자유심증주의 한계 위반 여부
원고들의 혈액제제 투여 사실 인정에 있어 공문서의 증명력
2) 사실관계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이하 '위 피고')는 1990년 초반 무렵부터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훽나인(Facnyne, 이하 '이 사건 혈액제제')을 제조·유통함
이 사건 혈액제제는 수백 명 내지 수만 명의 혈액을 모아 하나의 풀(pool)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제조되어, 혈액제공자 중 1명이라도 감염자면 해당 풀에서 제조된 모든 혈액제제 오염 가능성 높음
위 피고가 1990년경 사용한 HIV 진단검사법(제1세대 ELISA)은 위음성반응 확률이 약 20%로 높았음
위 피고는 HIV 양성으로 판정된 매혈자 소외 1(1990. 4. HIV 양성)로부터 1990. 1. 3. ~ 1990. 3. 26. 총 21회 혈액을 구입, 그 중 1990. 1. 20. 및 1990. 1. 23. 구입분을 이 사건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함
매혈자 소외 2는 1989. 10. 16.까지 음성이었으나 1989. 11. 30. 매혈 당시 HIV 양성 반응. 위 피고는 소외 2로부터 1988. 1. 5. ~ 1989. 12. 23. 총 83회 혈액을 구입하여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함
분자생물학적 조사 결과 대부분의 HIV 감염 혈우병 환자와 소외 1, 소외 2 등 매혈감염자가 계통수(phylogenic tree) 분석에서 밀접한 관련성을 보임
위 피고는 제조번호 9001번 ~ 9004번, 1001번 훽나인에 대한 제조·유통 사실을 부인하면서 원료혈액 등 구체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음
역학조사에서 훽나인을 투여받은 혈우병 환자의 HIV 감염 확률이 투여받지 않은 환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음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의 전신인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는 이 사건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이후인 1999. 12. 10. 설립됨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조문
요지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66조 제2항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판례요지
인과관계 증명책임 완화: 의약품 제조과정은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고도의 전문 지식을 요하므로, 피해자가 ① 혈액제제 투여 전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 없었음, ② 투여 후 바이러스 감염 확인됨, ③ 해당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 있음을 증명하면,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 부담시킬 수 있음. 이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함
'오염 상당한 가능성'의 판단 방법: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 없더라도 혈액제제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 가능
추정의 번복 요건: 제약회사가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 추정 번복 가능.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음
소멸시효 기산점: 민법 제766조 제2항의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함(대법원 1979. 12. 26. 선고 77다1894, 189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참조). AIDS 잠복기는 약 10년으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불확실하므로,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실제 AIDS 환자가 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결과 발생한다고 볼 여지 있음
4) 적용 및 결론
쟁점 1: 인과관계 추정 및 원심의 위법 (나머지 감염 원고들)
법리: 세 가지 요건(투여 전 증상 없음, 투여 후 감염 확인, 오염의 상당한 가능성) 충족 시 인과관계 추정됨. 유전자 불일치나 외국산 혈액제제·수혈 병존만으로는 추정 번복 불가
포섭: 위 감염 원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 투여 전 HIV 감염 증상 없었고, 투여 후 감염 확인됨. 위 피고가 HIV 양성 매혈자 소외 1, 소외 2의 혈액을 원료로 사용한 점, 제1세대 ELISA의 위음성 확률 약 20%,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염 확률 차이, 분자생물학적 계통수 분석에서 밀접한 관련성, 위 피고가 제조·유통 사실 부인하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오염의 상당한 가능성 충분. HIV 유전자 정보 불일치나 외국산 혈액제제·수혈 사정만으로 추정 번복 불가
결론: 원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파기 사유 해당
쟁점 2: 원고 1, 원고 11 — 감염확인일 인정의 위법
법리: 자유심증주의도 신빙성이 높은 공식보고서를 근거 불확실한 서류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
포섭: 공적 기관 조사에 기반한 소외 4, 소외 5 교수의 공식보고서에는 원고 1의 감염확인일이 1992. 3. 11.(또는 최초양성일 1992. 2. 29.), 원고 11의 확인일이 1992. 12. 5.(또는 최초양성일 1992. 11. 30.)로 기재되어 있음. 반면 원심은 피고들이 제출한 소외 3 교수의 평가보고서에 의거해 1991. 3. 21., 1991. 3. 14.로 인정하였으나, 해당 평가보고서는 검체 혼동 가능성이 있고 공식보고서의 신빙성을 뒤집기에 근거가 불충분함
결론: 원심이 공식보고서보다 근거 불확실한 서류를 우선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일탈 및 필요한 심리 미진으로 파기 사유 해당
쟁점 3: 원고 21 — 혈액제제 투여 전 감염 여부 판단의 위법
법리: 자유심증주의도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증거 평가는 허용되지 않음
포섭: 위 의견서(을65)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원심 증인 소외 6 본인이 인정함. 원고 21이 한국혈우재단 등록(1991. 2.) 전에 HIV 검사를 받을 특별한 이유가 없고 관련 자료도 없음. 계통수 분석에서도 소외 2와 원고 21이 가장 가까이 위치함
결론: 원고 21이 혈액제제 투여 전 이미 HIV에 감염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쟁점 4: 원고 17, 원고 28, 원고 32 — 감염 전 투여 사실 인정의 위법
법리: 공문서의 증명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뢰성이 인정됨.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내에서 증거 평가 필요
포섭:
원고 17: 국립보건원 공무원이 감염원인 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공문서(갑78)에 1988. 4. 2. 및 1989. 9. 10. 훽나인 투여 기재. 계통수 분석에서 소외 2와 원고 17이 가장 가까이 위치
원고 28: 국립보건원 공중보건의가 1991. 4. 4. 작성한 공문서(갑65)에 1990. 5. 9. 이후 집에서 훽나인 주사 기재. 계통수 분석에서 소외 2와 가장 가까이 위치. 공식 유통경로 외 견본품 등 형식으로도 투여된 사실 있음
원고 32: 의무기록(1996. 6. 10. 입원 간호일지)에 집에서 훽나인 주사 기재. 약 8개월간 병원 치료 공백은 가정 내 자가주사를 시사. 소외 2와의 HIV 유전자 상동성 약 98.3%. 이 사건 혈액제제가 외국산의 약 1/5 가격으로 저렴했던 점도 고려
결론: 원심이 감염확인일 이전 훽나인 투여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문서의 증명력 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파기 사유 해당. 원고 32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 필요
쟁점 5: 소멸시효 기산점
법리: '불법행위를 한 날' = 현실적으로 손해 결과가 발생한 날. 잠복기가 길거나 장래 병의 진행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증상 발현 또는 병 진행 시점이 손해 현실화 시점이 될 수 있음
포섭: AIDS 잠복기는 약 10년으로 길고, HIV 감염 시점에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불확실하며 HIV 감염과 AIDS 발병은 구별되는 개념임.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실제 AIDS 발병 시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여지 있음
결론: 환송심에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위 법리에 따라 심리하여야 함
쟁점 6: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상고
법리: 손해배상책임은 감염 원인인 혈액제제를 제조·공급한 자에 대해서만 성립
포섭: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의 전신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는 이 사건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이후인 1999. 12. 10. 설립됨. 공동 제조·공급 주장을 인정할 증거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