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술자인 다까시(일본 거주 외국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제316조 제2항)
채증법칙 위반 여부
2) 사실관계
피고인은 한양대학교 가정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겸 여성단체협의회 소비자단체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자임
피고인은 국내 시판 식품포장용 랩의 안전성 조사를 위하여 1989. 1.경 국내산 3종·미국산 3종·일본산 3종 등 랩 9종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일본국 식품위생연구소의 다까시(辰濃隆)에게 의뢰함
다까시는 1989. 2. 28.경 분석결과 보고서를 피고인에게 발송하였고, 피고인은 그 내용을 그대로 근거로 삼아 같은 해 3. 16.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국내외 시판 랩의 성분분석에 관한 보고" 강연회를 개최함
강연회에는 국내외 기자 다수, 피해자 크린랩을 포함한 국내 시판 랩 제조업체 5개사 임직원, 소비자단체 임원 등 70여 명이 참석함
피고인은 발표에서 ① 피해자 회사의 피.이.랩(PE Wrap) 재질실험 결과 산화방지제 '디.엘.티.피.(DLTP)'가 검출되었고, ② 위 성분은 최기형성·변이원성·숙주경유 등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발암성 물질로서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일가녹스(Irganox) 1010, 1076'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함
발표 내용은 그 다음날 경향신문 등 석간신문과 서울신문 등 조간신문에 "피.이.랩에도 발암물질"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됨
제1심 및 원심은 업무방해죄 유죄를 인정하였고, 피고인이 상고함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조문
요지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자 처벌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전문진술·전문서류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 없음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원진술자가 사망·질병 기타 사유로 진술 불능이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인정
판례요지
허위의 사실 유포의 의미: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다 함은 실제의 객관적인 사실과 서로 다른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시키는 것을 말함. 행위자에게 행위 당시 자신이 유포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을 요함
전문증거 증거능력: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인 다까시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증인 김병인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소정의 전문진술로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 없음. 다까시는 법원의 출석강제 관할구역 밖에 있어 '진술 불능' 요건은 충족되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가 전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의 예외 요건 미충족 → 증거능력 없음
'디.엘.티.피.' 검출 여부에 관한 허위성 인식 부존재: 다까시 작성 보고서("시판 랩필름의 위생적 검토")에는 피.이.랩 재질실험 결과를 '추정'이라는 표현 없이 표 5·표 9에 '디.엘.티.피.'가 명기되어 있었던바, 피고인으로서는 재질실험에서 '디.엘.티.피.'가 검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여겨짐. 따라서 발표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과실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허위성에 대한 구체적 인식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함
'디.엘.티.피.'의 안전성 관련 객관적 허위 입증 부족: 기록상 '디.엘.티.피.'는 일정 조건하에서 인체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허용되나, 이에 반대하는 견해도 유력하고 '일가녹스 1010, 1076'과의 안전성 우열비교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긍인되는 견해가 존재하지 않음. "디.엘.티.피.는 발암성 또는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아니며 일가녹스와 안전성에 우열이 없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한 입증이 되었다고 보기 곤란함
피고인 발표 취지: 피고인은 발표에서 "식품위생법상 규격에 적합하여 인체에 안전하다고 추정되므로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고 전제한 후, "선진국의 사용례에 비추어 더 안전한 일가녹스로 바꿀 것을 제안"한 것으로서, 이는 피고인의 학문적 견해 표명에 그 취지가 있다고 여겨짐
결론: 원심이 발표내용 전부를 객관적으로 허위이고 피고인에게 허위성 인식도 있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범죄 성립요건 사실관계 인정을 그릇친 위법이 있음
4) 적용 및 결론
쟁점 1: 전문진술의 증거능력
법리: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에 의하여 전문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능력 없고, 제316조 제2항에 따라 원진술자의 진술 불능 + 특신상태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 증거능력 인정됨
포섭: 증인 김병인의 진술 중 다까시로부터 들은 내용(크린랩 재질실험에서 '디.엘.티.피.'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공판기일 외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임. 다까시는 일본 거주 일본인으로 출석강제 불가능하여 '진술 불능' 요건은 충족되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가 전혀 없어 제316조 제2항 예외 요건 미충족
결론: 증인 김병인의 위 전문진술은 증거능력 없음
쟁점 2: '디.엘.티.피.' 검출 발표의 허위성 인식 여부
법리: 업무방해죄의 '허위의 사실 유포'는 행위자가 유포한 사실이 허위임을 행위 당시 적극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을 요함
포섭: 다까시 보고서는 '추정'이라는 표현 없이 표 5에 피.이.랩 첨가제로 '디라우리르티오프로피오네이트'를, 표 9에 산화방지제로 '디.엘.티.피.'를 명기하고 있어, 피고인이 이를 재질실험에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었음. 피고인은 다까시로부터 다른 자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위 보고서만을 근거로 발표한 것임
결론: 발표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허위성에 대한 구체적 인식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업무방해죄의 고의 요건 불충족
쟁점 3: '디.엘.티.피.' 유해성·안전성 비교 관련 객관적 허위 입증 충분성
법리: 유죄 인정을 위하여는 범죄의 성립요건이 되는 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한 입증이 있어야 함
포섭: '디.엘.티.피.'는 급성독성실험상 중등도 독성으로 약독성인 '일가녹스'와 차이가 있고, 미국 FDA는 GRAS 목록에서 제외 제안한 사실이 있으며, 안전성 우열비교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긍인되는 학문적 견해가 존재하지 않음. 피고인은 발표에서 식품위생법상 규격 적합을 전제로 '선진국의 대체 사용례에 비추어 교체 제안'이라는 학문적 견해를 표명한 것임
결론: "디.엘.티.피.는 발암성 물질이 아니고 일가녹스와 안전성에 우열이 없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어, 해당 발표 부분의 객관적 허위성 및 피고인의 허위성 인식 모두 인정 곤란
최종 결론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인 허위사실 유포 및 그에 대한 인식을 그릇 인정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