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국가기밀' 개념 및 그 해석 범위 (공지 사실 포함 여부, 실질적 위험성 요건)
범민련 남측본부가 이적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통신연락죄의 성립 요건 및 제3자를 통한 연락 포함 여부
북한 활동 동조(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이적표현물 제작·반포(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해당 여부
소송법적 쟁점
국가기밀 탐지·수집·전달 부분에 대한 원심의 심리 미진 여부
각 쟁점별 채증법칙 위배 여부
2) 사실관계
공소외 1(일명 강민철)은 1991. 8. 17. 북한에 들어가 북한 구성원으로부터 국내 정세·재야단체 동향 파악·보고 지령을 받고 수차례 접촉하며 활동하여 온 자임
피고인은 공소외 1과 국내에서 접촉하여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이후 공소외 1의 역할을 알면서도 그의 부탁을 받아 1992. 1. 21.부터 1994. 5. 4.까지 12회에 걸쳐 동아일보·한겨레신문·월간 '말'지 등 대중매체 및 재야 운동단체 사무실 등지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국내 정치상황, 재야 운동단체 활동, 범민련 남측본부 인사 구속·재판과정 등을 편지·녹음테이프로 정리하여 공소외 1에게 우송함
피고인은 1994. 12. 26.부터 1995. 7. 23.까지 6회 공소외 1과 통신연락, 1995. 3. 27.부터 1996. 5. 9.까지 10회 범민련 공동사무국을 통해 모사전송 방식으로 평양 범민련 북측본부와 문건 송수신, 1996. 2. 1.부터 같은 해 5. 1.까지 7회 재일조선인총연합회 소속으로 북한 지령에 따라 활동 중인 공소외 3과 국제전화 통화함
피고인은 1995. 2. 25.경 한양대 구내에서 범민련 남측본부 결성대회에 참여, 연방제통일·외국군 철수·군비축소·비핵지대화 등 강령과 규약 채택 및 집행부 구성에 관여함
피고인은 1995. 8. 12. 범민련 회원·시민학생 100여 명과 함께 연방제통일,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 등 북한 대남혁명전략에 따른 통일노선을 추종하는 내용으로 제6차 범민족대회를 진행함
피고인은 범민련 활동으로서 북한 대남혁명전략에 따른 통일노선을 답습한 각종 표현물을 제작·반포함
국가보안법 합헌성: 북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할 것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국가보안법은 합헌이며, 그 구성요건이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음. 양심의 자유·언론출판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 가능하며,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제한은 위헌이 아님
국가기밀의 요건 (다수의견): 현행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기밀'은 다음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함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해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물건·지식으로서,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물건·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함
누설될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함
공지 여부 판단: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통신수단 발달 정도, 독자·청취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를 기준으로 함
실질적 위험성 판단: 대한민국과 북한 등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안보사항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 사소한 것이라도 누설 시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면 해당
종전 판결(93도1951, 94도930, 95도1121, 95도1624 등)의 견해를 이 범위에서 변경
이적단체(범민련 남측본부): 북한이 주장하는 외국군 철수·핵무기 철거·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 범민련 남측본부는 이적단체에 해당함. 근거: 냉전 해소 추세와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 모색이 진행 중이더라도, 일관된 조율 없는 무분별한 북한과의 접촉을 통한 통일논의 및 활동은 오히려 반국가단체에 동조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함
통신연락죄: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의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은 반국가단체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직접 상대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제3자를 이용하여 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하는 것도 포함함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객관적으로 북한 대남선전·선동 활동에 동조하는 이적성 내용이 담긴 표현물을 그러한 인식 하에 제작·반포한 경우, 적어도 미필적 인식으로서의 목적이 있었다고 봄
4) 적용 및 결론
가. 국가기밀 탐지·수집·전달 (판시 제1죄) — 파기환송
법리: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기밀'은 공지 사실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누설 시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실질적 보호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함
포섭: 피고인이 탐지·수집·전달한 내용(국내 정치상황, 재야 운동단체 활동, 범민련 인사 구속·재판과정 등)은 동아일보·한겨레신문·월간 '말'지 등 대중매체 및 방송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신문·방송 등 대중매체·통신수단 발달 정도, 독자·청취 범위, 공표의 주체 등에 비추어 북한 또는 공소외 1이 더 이상 탐지·수집·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공지의 사실에 속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임. 원심은 이에 대한 심리 없이 단순히 '북한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면 국가기밀에 해당한다'는 구법리를 적용함
결론: 원심이 공지 여부 및 실질적 위험성에 관한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아니한 채 '기밀'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것은 국가기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침 → 해당 부분 파기환송
나. 이적단체 구성 (판시 제3죄) — 상고 기각
법리: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이적단체를 구성하면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성립
포섭: 범민련 남측본부는 북한이 주장하는 외국군 철수·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피고인은 결성대회에 직접 참여하여 집행부 구성에 관여하였으며, 위 단체의 구성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됨
결론: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 정당, 상고 기각
다. 통신연락 (판시 제2, 4, 5죄) — 상고 기각
법리: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의 통신연락죄는 제3자를 통한 연락도 포함하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연락하면 성립함
포섭: 피고인이 공소외 1과 6회, 범민련 공동사무국을 통해 북측본부와 10회, 공소외 3과 7회 각 통신·연락하였고, 피고인의 지식 수준에 비추어 위 행위가 국가 존립·안전에 위해가 된다는 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인정됨
결론: 원심 조처 정당, 상고 기각
라. 북한 활동 동조 (판시 제6의 가죄) — 상고 기각
법리: 반국가단체 활동에 동조하는 행위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위반
포섭: 피고인이 제6차 범민족대회에서 연방제통일·국가보안법 철폐·미군철수 등 북한 대남혁명전략에 따른 통일노선을 추종하는 내용으로 대회를 진행한 사실 인정됨
결론: 원심 조처 정당, 상고 기각
마.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판시 제6의 나죄) — 상고 기각
법리: 이적성 있는 표현물을 그러한 인식 하에 제작·반포한 경우 미필적 목적으로도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성립
포섭: 피고인이 범민련 활동으로 제작·반포한 표현물들은 북한 대남혁명전략 통일노선을 답습한 내용이고, 피고인은 위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내용임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적성 있는 내용임을 알면서 제작·반포하였으므로 미필적 인식으로서의 목적 인정됨
결론: 원심 조처 정당, 상고 기각
5) 소수의견
대법관 천경송, 정귀호, 이임수의 별개의견 (파기환송 결론에는 찬성, 다수의견의 이유 및 종전 판례 변경에는 반대)
종전 대법원 판례는 '공지의 사항이라도 북한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으면 국가기밀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왔는바, 이는 북한이 무력 대남적화통일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은 우리 특수 상황 및 오늘날 각국의 첩보활동 양상에 비추어 상당함
국가기밀의 개념을 다수의견처럼 좁게 해석하면 처벌 필요성이 있는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여 대한민국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현재까지 특수 상황에 변화가 없으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할 시기가 아님
다수의견의 '실질가치' 기준과 종전 판례의 '북한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것' 기준 사이에 실질적 적용범위 차이가 없음
다만 오늘날 전자매체 발달로 북한이 손쉽게 접근·파악할 수 있는 사항은 이미 종전 판례 기준 하에서도 기밀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공소사실의 기밀 내용 중 국가기밀로 볼 수 없는 것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원심의 심리가 미진함 → 종전 판례 기준에 따라서도 파기환송이 타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