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도7709 강간·특수상해·상해·특수협박·협박·폭행(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문제된 사건)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강간죄 성립 요건인 폭행·협박의 정도 및 판단 기준
-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배척 여부
소송법적 쟁점
- 성폭행 사건 심리 시 '성인지 감수성' 적용 의무
-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 합리적 근거 없는 의심에 의한 증거 배척 허용 여부
- 피고인의 신빙성 없는 진술이 피해자 진술의 간접 보강 정황이 될 수 있는지
2) 사실관계
- 피고인과 공소외 2(피해자 남편)는 유치원 시절부터 30년 이상 친구 사이로, 같은 조직폭력단체('◇◇파') 조직원으로 활동한 전력 있음
- 피해자와 공소외 2는 2014. 5.경 재혼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 부부와 같은 동네 거주하며 친하게 지내다가 2016. 12.경 ☆☆시로 이사 후 왕래 단절됨
- 공소외 2가 2017. 4. 10. 베트남으로 출국하자, 피고인은 출국 당일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만남 요구 → 차 안에서 '공소외 2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말을 하고, 스피커폰으로 지인들에게 전화하며 흉기 위협 발언을 하는 등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한 후 피해자 뺨과 머리를 폭행함(이 사건 폭행)
- 이후 2017. 4. 11. ~ 4. 13. 사이 피고인이 연락하여 3회 정도 피해자와 만남;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폭력 이력을 언급하며 신변 위협
- 2017. 4. 14. 23:05경 피해자가 공소외 2에게 "졸려서 먼저 자겠다"는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
- 같은 날 23:43경 피고인이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피해자 집 인근 ○○ 무인모텔 주차장으로 진입 (피고인·피해자 모두 당초 모텔 방문이 예정된 상황은 아니었다고 진술)
- 피해자 진술: 모텔 객실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피고인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다가와 생리 중이라 거부하였으나, 피고인이 뺨·머리를 때리고 팔을 잡아 강제로 침대에 눕힌 후 왼손으로 쇄골을 누르고 바지·속옷을 벗겨 강간하였음;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성관계 후에도 피고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생리대·가족 이야기를 나누다 모텔을 나옴
- 공소외 2가 2017. 4. 15. 귀국 당일 집에 잠시 들렀다가 광주 장례식으로 바로 출발하였고, 피해자는 그날 저녁 공소외 2 귀가 후 강간 피해를 알림
- 피해자는 피고인의 요구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였으나 경찰 수사 시 자진하여 휴대전화 제출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형법 제37조 전단 | 경합범 — 판결 확정 전 수죄는 동시에 처벌 |
|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 성별 영향 고려 및 성평등 실현 의무 |
판례요지
-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지나 논리·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함; 증명력 있는 증거를 합리적 근거 없는 의심으로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허용될 수 없음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참조)
- 피해자 진술 신빙성 배척 기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 진술 동기나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됨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
- 성인지 감수성: 법원이 성폭행·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함; 가해자 중심의 문화·인식·구조로 인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논리·경험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음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 강간죄 폭행·협박 판단 기준: 폭행·협박의 내용·정도, 유형력 행사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피해자가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폭행·협박이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아니 됨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 참조)
- 피고인의 신빙성 없는 진술의 기능: 강간죄에서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 하더라도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음
4) 적용 및 결론
쟁점 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배척 적법성
- 법리: 피해자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합리적이며 허위 진술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음; 성폭행 사건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함
- 포섭:
-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기관부터 제1심 법정까지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자체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움
- 피고인도 이 사건 폭행 당시 스피커폰 통화 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간 경위 등에서 피해자 진술과 대부분 일치함
- 원심이 신빙성 배척 근거로 든 사정들 — ① 모텔 입장 당시 겁먹은 모습 미확인, ② 남편에게 '졸린다'는 메시지 발송, ③ 메시지 삭제, ④ 성관계 후 일상적 대화, ⑤ 피해 신고 지연 — 은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지속적 협박으로 인한 외포 상태, 남편에게 늦은 밤 피고인과의 만남 사실을 알릴 수 없는 처지, 피고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심리, 귀국 당일 즉시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 등)과 반드시 배치되거나 양립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음
- 원심의 배척 근거들은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임
쟁점 ②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및 간접정황 기능
- 법리: 피고인의 신빙성 없는 진술은 직접증거가 되지는 않으나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음
- 포섭:
- 피고인은 모텔에 가게 된 경위·성관계 여부에 관하여 수사 초기와 이후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진술 자체로 모순(성관계 목적으로 갔다면서도 피고인은 누워만 있었다는 등)되며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움
- 폭행 이후 불과 나흘 만에 연인관계로 발전하였다는 주장은 CCTV 영상 등 객관적 정황과 배치됨
- 합의 성관계 후 피해자가 지레 공소외 2에게 강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이례적이고,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 연락 흔적도 없음
- 따라서 피고인의 진술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으로 작용함
결론
-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만을 근거로 강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증거의 증명력 판단에서 경험칙·논리법칙에 어긋나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음
- 강간 부분의 무죄는 파기되어야 하고,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나머지 유죄 부분도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 파기·환송
참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