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변경 전 발행된 백지수표의 발행인란 기명을 변경 후 상호로 교체한 행위가 수표법상 위조·변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무권리자로부터 백지수표를 취득한 소지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발행인의 수표금 지급책임 면제 여부
민법상 표현대리책임의 성부 (원고의 중대한 과실)
약속어음 배서란 기명날인의 진정성립 여부 및 입증책임
소송법적 쟁점
원심의 채증법칙 위반·자백·입증책임 법리오해 주장의 당부
원심의 석명의무·입증촉구의무 위반 여부
2) 사실관계
소외 1은 원고로부터 물품을 외상 공급받으면서 물품대금 채무 담보 목적으로, 지급인 주식회사 제일은행, 발행인 명의 피고 회사(당시 상호 '한일라켓트공업 주식회사') 및 소외 1로 된 당좌수표 1장을 금액·발행일·발행지란 백지인 채로 원고에게 교부함 (이하 '이 사건 백지수표')
피고 회사는 원래 '한일라켓트공업 주식회사'였다가 1990. 5.경 '주식회사 한일신소재'로 상호 변경함
이 사건 백지수표는 1989. 8. 23.경 주식회사 한일트레이딩의 현대종합상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 담보 목적으로 구상호 '한일라켓트공업 (주)' 명의로 적법 발행되어 현대종합상사에 교부되었던 수표임
피고 회사가 피담보채무를 전액 변제하자, 소외 1이 1991. 5.경 주식회사 한일트레이딩 영업담당이사 직책을 이용하여 위 백지수표를 회수한 후 피고 회사에 반환하지 않고 임의 보관함
소외 1은 발행인란의 '한일라켓트공업 (주)' 기명을 사선으로 지우고, 그 밑에 '(주) 한일신소재' 고무명판을 찍은 뒤 부전지를 붙여 자신의 이름을 공동발행인으로 추가 기재하여 원고에게 교부함
원고는 1992. 3. 20. 금액 2,394,759,584원, 발행일 1992. 3. 20., 발행지 서울로 백지를 보충하여 지급은행에 제시하였으나 '위조와 변조'를 이유로 지급거절됨
원고 담당직원 소외 3은 수표 취득 전 피고 2(소외 2의 아들, 피고 회사 임직원 아님)로부터 피고 회사 인감을 새로 찍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을 직접 들어 알고 있었음
취득한 백지수표의 발행인란은 기명 부분만 신상호로 변경되었을 뿐, 날인 부분에는 구상호로 된 종전 인영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기명 부분에 그 인영과 동일한 정정인이 찍혀 있었음
원고는 수표 취득 시 피고 회사에게 교부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소외 1 또는 피고 2의 말만 믿고 취득함
소외 1은 피고 회사의 임직원으로 근무한 적 없고, 피고 2도 당시 피고 회사에 재직하지 않았음
피고 2에 대한 청구: 소외 1이 피고 2 명의 배서가 기재된 약속어음 3장(합계 658,260,000원)을 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으나, 피고 2는 배서란 기명날인이 위조된 것이라고 다툼
대리권 수여 표시 또는 권한 초과 등의 요건; 상대방에게 중대한 과실 있으면 표현대리 성립 불가
판례요지
수표의 위조·변조 해당 여부
상호변경 전후 기명은 모두 동일한 피고 회사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객관적으로 발행인란 기명날인의 동일성이 유지되고 다른 기재사항에 변경 없음
발행인란 기명의 변경에 의해 수표면에 부진정한 기명날인이 나타나게 되었다거나 새로운 수표행위가 있은 것과 같은 외관이 작출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표법상 위조에 해당하지 않음
위와 같은 변경으로 백지수표의 효력이나 수표 관계자의 권리의무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므로, 수표법상 변조에 해당하지도 않음 (대법원 1993. 7. 13. 선고 93다753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백지수표는 피고 회사가 현대종합상사에게 유효하게 발행한 수표임
무권리자로부터의 취득 및 중대한 과실
소외 1은 무권리자로서 위 백지수표를 원고에게 교부한 것이므로, 원고가 취득 당시 소외 1의 무권리성을 알았거나 이를 알지 못함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으면 피고 회사는 원고에 대한 발행인 책임을 면함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 인정됨:
피고 회사의 임직원도 아닌 소외 1이 1,000,000,000원 이상의 거액 채무 담보를 위해 피고 회사 명의 수표를 제공한다는 것은 상거래상 극히 이례에 속함
원고 담당직원은 피고 회사 인감을 새로 찍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
취득한 수표는 날인 부분이 구상호 인영 그대로이고, 기명 부분만 변경되어 있어 의심할 만한 외관이 있었음
원고는 피고 회사에 교부 의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권한자인 소외 1·피고 2의 말만 믿고 취득함
표현대리책임
피고 회사가 소외 1에게 백지수표 교부에 관한 대리권 수여의 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자료 없음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이상 표현대리책임 성립 불가
약속어음 배서 진정성립 및 입증책임
피고 2가 배서란 기명날인의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이상, 권리를 주장하는 원고가 진정성립의 요건사실을 입증하여야 함
인영이 피고 2의 인장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원심이 누가 위조하였는지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입증을 촉구할 의무가 없음
4) 적용 및 결론
쟁점 1: 수표의 위조·변조 해당 여부 및 발행인 책임
법리: 발행인란 기명 변경이 부진정한 기명날인이나 새로운 수표행위의 외관을 작출하지 않고 수표 효력·권리의무에 영향이 없으면 수표법상 위조·변조 모두 아님
포섭: 변경 전 '한일라켓트공업 (주)'와 변경 후 '(주) 한일신소재'는 모두 피고 회사를 가리키며, 다른 기재사항에 변경 없고 날인 부분 동일성 유지; 원심이 이를 위조·변조로 본 것은 잘못
결론: 이 사건 백지수표는 피고 회사의 유효한 발행 수표이나, 결론에는 영향 없음 (하기 쟁점 2 참조)
쟁점 2: 원고의 중대한 과실 및 발행인 책임 면부
법리: 소지인이 무권리자로부터 수표를 취득함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발행인은 수표금 지급책임을 면함
포섭: ① 1,000,000,000원 이상 거액 채무 담보를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피고 회사가 부담한다는 것은 상거래상 극히 이례 ② 원고 담당직원은 피고 회사 인감 날인의 어려움을 미리 고지 받음 ③ 취득 수표에 구상호 인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외관상 의심스러움 ④ 피고 회사에 교부 의사를 전혀 확인하지 않음 → 소외 1의 무권리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충분했음에도 확인을 게을리함
결론: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음; 원심의 결론(청구 배척)은 정당
쟁점 3: 표현대리책임
법리: 표현대리 성립에는 대리권 수여 표시 또는 기본대리권 존재가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성립 불가
포섭: 피고 회사의 대리권 수여 표시를 인정할 자료 없고,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 인정됨
결론: 표현대리책임 불성립; 상고이유 배척
쟁점 4: 약속어음 배서 진정성립 및 입증책임 (피고 2)
법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권리발생의 요건사실을 입증하여야 함; 상대방이 기명날인의 위조를 주장하면 소지인이 진정성립을 증명
포섭: 피고 2가 배서란 기명날인 위조 주장으로 부인; 인영이 피고 2 인장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자료 없음; 원심이 석명·입증촉구를 하지 않은 것은 입증책임 분배 원칙 위반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