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차로 신호등의 오작동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상 영조물의 설치·관리의 하자 인정 여부
현재 기술수준상 제어 불가능한 원인(저전압에 의한 모순검지기 미작동)으로 신호등 오작동이 발생한 경우,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 부재를 이유로 하자를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소송법적 쟁점
적법하게 증거조사되지 않은 문서(타 사건 사실조회 회신 사본, 판결문 사본)를 근거로 한 원심 사실인정의 채증법칙 위반 여부
2) 사실관계
원고 1은 1995. 12. 9. 15:15경 울산 중구 염포동 앞 왕복 6차로 도로를 효문교차로에서 염포삼거리 방면으로 시속 약 40km로 진행하던 중, 반대방향에서 소외 1이 운전하는 소나타 승용차와 충돌하여 좌측원위 대퇴골 개방성 골절상 등을 입음
사고 도로는 가변차로 신호등이 약 300m 간격으로 설치된 왕복 6차로 도로로, 신호등 지시에 따라 각 방향 차로를 2:4, 3:3, 4:2로 변경하여 운용
사고 당시 효문교차로로부터 염포삼거리 방면 마지막 가변차로 신호등(이 사건 신호등)에 이상 발생 — 효문교차로 방면에서는 오른쪽 2개 차로에만 진행신호, 나머지 4개 차로에 진행금지신호가 켜졌고, 염포삼거리 방면에서는 오른쪽 4개 차로에 진행신호가 켜지는 모순된 신호 상태 발생
소외 1은 이 사건 신호등이 자신의 진행방향 4개 차로에 진행신호임을 확인하고 차로 변경 후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던 원고 1 차량과 충돌함
제어기 점검 결과 SSR(솔리드 스테이트 릴레이) 고장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후 30여 분 뒤 현장 도착 시 신호등은 정상 작동 중이었음
원고 2, 원고 3, 원고 4는 원고 1의 처와 자녀들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조문
요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도로·하천 기타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 책임을 짐
판례요지
영조물 하자의 의미: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함. 기능상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음
판단 기준: 당해 영조물의 용도,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함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 없는 경우: 객관적으로 시간적·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결함이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에 있음이 입증된 경우라면 하자를 인정할 수 없음 (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 1998. 2. 10. 선고 97다32536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 참조)
모순신호 오작동의 특수성: 신호등이 점멸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한 방향에서 두 개의 모순되는 신호가 동시에 들어오는 오작동이라면, 운전자가 고장을 쉽게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으므로 곧바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음. 그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보면 정상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생기는 오작동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함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발생하는 고장을 예방할 방법이 없음에도 그와 같은 신호기를 설치하여 고장을 발생하게 한 것이라면, 그 고장이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그 자체로 설치·관리자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신호등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임
설령 저전압이 원인이 되어 오작동이 발생하였고 현재 기술수준상 부득이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어 영조물 하자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음
4) 적용 및 결론
쟁점 ① 원심의 증거 채택 및 사실인정 적법성
법리: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는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음
포섭: 원심은 모순검지기에 흐르는 신호 전류가 저전압일 경우 모순검지기가 제어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 근거로 피고의 준비서면에 첨부된 타 사건(대구지방법원 95나10790, 97나5495)의 사실조회 회신 및 판결문 사본을 사용하였음. 그러나 위 문서들은 적법하게 증거조사되지 않은 문서들임이 기록상 분명하고, 내용도 가변차로 신호등이 아닌 일반 3색·4색 교통신호등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 가변차로 신호등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
결론: 원심의 사실인정은 채증법칙 위반에 해당함
쟁점 ②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상 하자 인정 여부
법리: 영조물 하자 판단의 기준은 방호조치의무 이행 여부이며,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이 없음이 입증된 경우에만 하자를 부정할 수 있음. 단,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생기는 오작동의 경우는 일반적 오작동과 달리 평가해야 함
포섭: 이 사건 신호등은 가변차로 운용이라는 특수한 용도를 가지며, 오작동 시 양방향 차량 모두에게 진행신호를 부여하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함. 각 방향에서 보면 각자 정상 신호로 보이는 모순신호 오작동은 운전자가 고장을 인지하기 불가능하여 위험성이 극히 높음.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예방할 방법이 없음에도 이러한 신호등을 설치하여 고장을 발생하게 한 것은, 불가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임. 설령 저전압이 원인이고 현재 기술수준상 부득이하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이 없어 하자 인정이 불가한 경우라 단정할 수 없음
결론: 원심이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영조물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