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다53059 손해배상(기)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조형물 시안 공모 당선 통보가 본계약(제작·납품·설치계약)의 청약·승낙에 해당하는지 여부 (계약 성립 여부)
- 계약교섭 부당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의 유형 및 범위 — 재산적 손해(창작비, 시안 제작비용) 및 정신적 손해(위자료) 각각의 인정 여부
소송법적 쟁점
-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여부
- 계약 성립요건 및 손해배상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여부
2) 사실관계
- 피고(사단법인 한국무역협회)는 무역센터 부지 내에 수출 1,000억 달러 달성 기념 영구조형물(이 사건 조형물) 건립을 기획함
- 피고는 분야별로 5인 가량의 작가를 선정하여 시안(試案) 제작을 의뢰하고, 최종 선정된 1개 시안 작가와 제작·납품·설치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로 함
- 피고는 조각가 4인(원고 포함)에게 시안 작성을 의뢰하면서 당선 작가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것임을 알렸으나, 조형물 제작비·제작시기·설치장소는 구체적으로 통보하지 않음
- 피고는 원고 제출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원고에게 통보함
- 이후 피고는 협회 내부 사정 및 외부 경제여건 등을 이유로 약 3년간 구체적 계약체결 협의를 미루다가, 원고에게 이 사건 조형물 설치를 취소하기로 하였다고 통보함
- 피고는 이후 다른 작가에게 의뢰하여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을 건립함
- 원고는 시안 공모 참가비로 500만 원을 지급받은 바 있음
- 원고는 창작비 3억 원(추정 총 제작비의 20%) 및 시안 제작비용 등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를 청구함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민법 제527조 (청약의 구속력) | 청약은 승낙만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함 |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 |
| 민법 제2조 (신의성실) | 계약교섭 부당파기는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 구성 |
판례요지
-
계약 성립 요건 — 청약의 확정성
- 계약 성립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 필요
- '중요한 점' 및 당사자가 계약성립 요건으로 삼은 사항 모두에 관하여 합치 있어야 함
-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하므로,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시켜야 함
- 제작대금·제작시기·설치장소가 명시되지 않은 시안 제작 의뢰는 이 사건 계약의 청약이라 할 수 없고, 당선 선정 통보도 청약·승낙으로 볼 수 없음
-
계약교섭 부당파기의 불법행위 성립
-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함 (대법원 99다40418 판결 참조)
-
손해배상의 범위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신뢰손해에 한정됨
- 신뢰손해 = 계약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아니하였을 비용 상당의 손해
- 아직 확고한 신뢰 부여 이전 단계에서 계약 좌절 가능성을 감수하고 지출한 비용(예: 경쟁입찰 제안서·견적서 작성비용 등)은 신뢰손해에 포함되지 않음
- 계약교섭 파기가 인격적 법익 침해로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경우, 위자료는 별도로 청구 가능함
4) 적용 및 결론
쟁점 ① 이 사건 계약 성립 여부
- 법리: 청약은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하는 구체적·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함
- 포섭: 피고의 시안 제작 의뢰 당시 제작대금·제작시기·설치장소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위 의뢰는 이 사건 계약의 청약에 해당하지 않음. 원고가 시안을 제작하고 피고가 이를 당선작으로 선정·통보하였더라도,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
- 결론: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은 성립하지 않음
쟁점 ② 계약교섭 부당파기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
- 법리: 교섭단계에서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고 상대방이 이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경우 불법행위 성립
- 포섭: 피고는 시안 당선작 선정 및 통보를 통해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이 확실히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였고, 원고는 그에 따라 조형물 제작 준비 행동을 함.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와 무관한 자신의 내부 사정만을 내세워 근 3년간 협의를 미루다 건립사업을 철회하고 다른 작가에게 의뢰하여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을 건립하였음 — 이는 신의성실 원칙에 비추어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함
- 결론: 불법행위 성립
쟁점 ③ 재산적 손해(창작비 3억 원, 시안 제작비용) 인정 여부
- 법리: 계약교섭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는 신뢰손해에 한정되며, 확고한 신뢰 부여 이전에 지출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음
- 포섭:
- 창작비 3억 원은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이행된 결과 원고가 얻게 될 이익의 상실과 같은 성질의 것(이행이익)으로서, 계약 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계약 이행 청구 또는 불이행 책임을 물을 법적 지위가 없으므로 배상 불가
- 시안 제작비용은 피고로부터 계약체결에 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상황에서 지출된 것으로, 원고는 500만 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공모에 응한 것 — 신뢰손해의 범위에 속하지 않음
- 그 외 이 사건 계약 체결을 신뢰하고 지출한 비용임을 뒷받침할 자료가 기록상 없음
- 결론: 재산적 손해 청구 배척
쟁점 ④ 위자료 인정 여부
- 법리: 계약교섭 파기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경우 위자료는 별도 청구 가능
- 포섭: 피고의 계약교섭 부당파기는 조형물 작가로서 원고의 명예감정 및 사회적 신용·명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침해를 가한 불법행위에 해당함
- 결론: 위자료 청구 인용. 상고 기각, 상고비용 원고 부담
참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