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다16776 손해배상(의)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HIV 오염 혈액제제 투여와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책임 완화 요건 및 그 적용 범위
- 인과관계 추정의 번복 요건 (유전자 정보 불일치, 외국산 혈액제제·수혈 병존 여부)
-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 AIDS 잠복기 장기성과의 관계
소송법적 쟁점
- 감염확인일 인정에 있어 공식 역학조사보고서 대비 피고 제출 평가보고서의 증명력 우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 혈액제제 투여 전 감염 여부 판단에서 자유심증주의 한계 위반 여부
- 원고들의 혈액제제 투여 사실 인정에 있어 공문서의 증명력
2) 사실관계
-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이하 '위 피고')는 1990년 초반 무렵부터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훽나인(Facnyne, 이하 '이 사건 혈액제제')을 제조·유통함
- 이 사건 혈액제제는 수백 명 내지 수만 명의 혈액을 모아 하나의 풀(pool)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제조되어, 혈액제공자 중 1명이라도 감염자면 해당 풀에서 제조된 모든 혈액제제 오염 가능성 높음
- 위 피고가 1990년경 사용한 HIV 진단검사법(제1세대 ELISA)은 위음성반응 확률이 약 20%로 높았음
- 위 피고는 HIV 양성으로 판정된 매혈자 소외 1(1990. 4. HIV 양성)로부터 1990. 1. 3. ~ 1990. 3. 26. 총 21회 혈액을 구입, 그 중 1990. 1. 20. 및 1990. 1. 23. 구입분을 이 사건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함
- 매혈자 소외 2는 1989. 10. 16.까지 음성이었으나 1989. 11. 30. 매혈 당시 HIV 양성 반응. 위 피고는 소외 2로부터 1988. 1. 5. ~ 1989. 12. 23. 총 83회 혈액을 구입하여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함
- 분자생물학적 조사 결과 대부분의 HIV 감염 혈우병 환자와 소외 1, 소외 2 등 매혈감염자가 계통수(phylogenic tree) 분석에서 밀접한 관련성을 보임
- 위 피고는 제조번호 9001번 ~ 9004번, 1001번 훽나인에 대한 제조·유통 사실을 부인하면서 원료혈액 등 구체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음
- 역학조사에서 훽나인을 투여받은 혈우병 환자의 HIV 감염 확률이 투여받지 않은 환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음
-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의 전신인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는 이 사건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이후인 1999. 12. 10. 설립됨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민법 제750조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
| 민법 제766조 제2항 |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소멸시효 —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
판례요지
- 인과관계 증명책임 완화: 의약품 제조과정은 내부자만이 알 수 있고 고도의 전문 지식을 요하므로, 피해자가 ① 혈액제제 투여 전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 없었음, ② 투여 후 바이러스 감염 확인됨, ③ 해당 혈액제제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상당한 가능성 있음을 증명하면,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제약회사의 과실과 피해자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 부담시킬 수 있음. 이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함
- '오염 상당한 가능성'의 판단 방법: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한 증명 없더라도 혈액제제 사용과 감염의 시간적 근접성, 통계적 관련성, 제조공정, 해당 바이러스 감염의 의학적 특성, 원료 혈액에 대한 바이러스 진단방법의 정확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 가능
- 추정의 번복 요건: 제약회사가 혈액제제에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등 감염원인이 자신이 제조한 혈액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면 추정 번복 가능. 단순히 피해자가 감염추정기간 동안 다른 회사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거나 수혈을 받은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음
- 소멸시효 기산점: 민법 제766조 제2항의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함(대법원 1979. 12. 26. 선고 77다1894, 189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참조). AIDS 잠복기는 약 10년으로 길고 HIV 감염 당시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불확실하므로,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실제 AIDS 환자가 된 시점에 현실적으로 결과 발생한다고 볼 여지 있음
4) 적용 및 결론
쟁점 1: 인과관계 추정 및 원심의 위법 (나머지 감염 원고들)
- 법리: 세 가지 요건(투여 전 증상 없음, 투여 후 감염 확인, 오염의 상당한 가능성) 충족 시 인과관계 추정됨. 유전자 불일치나 외국산 혈액제제·수혈 병존만으로는 추정 번복 불가
- 포섭: 위 감염 원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 투여 전 HIV 감염 증상 없었고, 투여 후 감염 확인됨. 위 피고가 HIV 양성 매혈자 소외 1, 소외 2의 혈액을 원료로 사용한 점, 제1세대 ELISA의 위음성 확률 약 20%,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염 확률 차이, 분자생물학적 계통수 분석에서 밀접한 관련성, 위 피고가 제조·유통 사실 부인하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오염의 상당한 가능성 충분. HIV 유전자 정보 불일치나 외국산 혈액제제·수혈 사정만으로 추정 번복 불가
- 결론: 원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파기 사유 해당
쟁점 2: 원고 1, 원고 11 — 감염확인일 인정의 위법
- 법리: 자유심증주의도 신빙성이 높은 공식보고서를 근거 불확실한 서류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
- 포섭: 공적 기관 조사에 기반한 소외 4, 소외 5 교수의 공식보고서에는 원고 1의 감염확인일이 1992. 3. 11.(또는 최초양성일 1992. 2. 29.), 원고 11의 확인일이 1992. 12. 5.(또는 최초양성일 1992. 11. 30.)로 기재되어 있음. 반면 원심은 피고들이 제출한 소외 3 교수의 평가보고서에 의거해 1991. 3. 21., 1991. 3. 14.로 인정하였으나, 해당 평가보고서는 검체 혼동 가능성이 있고 공식보고서의 신빙성을 뒤집기에 근거가 불충분함
- 결론: 원심이 공식보고서보다 근거 불확실한 서류를 우선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일탈 및 필요한 심리 미진으로 파기 사유 해당
쟁점 3: 원고 21 — 혈액제제 투여 전 감염 여부 판단의 위법
- 법리: 자유심증주의도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증거 평가는 허용되지 않음
- 포섭: 위 의견서(을65)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원심 증인 소외 6 본인이 인정함. 원고 21이 한국혈우재단 등록(1991. 2.) 전에 HIV 검사를 받을 특별한 이유가 없고 관련 자료도 없음. 계통수 분석에서도 소외 2와 원고 21이 가장 가까이 위치함
- 결론: 원고 21이 혈액제제 투여 전 이미 HIV에 감염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쟁점 4: 원고 17, 원고 28, 원고 32 — 감염 전 투여 사실 인정의 위법
- 법리: 공문서의 증명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뢰성이 인정됨.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내에서 증거 평가 필요
- 포섭:
- 원고 17: 국립보건원 공무원이 감염원인 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공문서(갑78)에 1988. 4. 2. 및 1989. 9. 10. 훽나인 투여 기재. 계통수 분석에서 소외 2와 원고 17이 가장 가까이 위치
- 원고 28: 국립보건원 공중보건의가 1991. 4. 4. 작성한 공문서(갑65)에 1990. 5. 9. 이후 집에서 훽나인 주사 기재. 계통수 분석에서 소외 2와 가장 가까이 위치. 공식 유통경로 외 견본품 등 형식으로도 투여된 사실 있음
- 원고 32: 의무기록(1996. 6. 10. 입원 간호일지)에 집에서 훽나인 주사 기재. 약 8개월간 병원 치료 공백은 가정 내 자가주사를 시사. 소외 2와의 HIV 유전자 상동성 약 98.3%. 이 사건 혈액제제가 외국산의 약 1/5 가격으로 저렴했던 점도 고려
- 결론: 원심이 감염확인일 이전 훽나인 투여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문서의 증명력 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파기 사유 해당. 원고 32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 필요
쟁점 5: 소멸시효 기산점
- 법리: '불법행위를 한 날' = 현실적으로 손해 결과가 발생한 날. 잠복기가 길거나 장래 병의 진행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증상 발현 또는 병 진행 시점이 손해 현실화 시점이 될 수 있음
- 포섭: AIDS 잠복기는 약 10년으로 길고, HIV 감염 시점에 AIDS 환자가 될 것인지 불확실하며 HIV 감염과 AIDS 발병은 구별되는 개념임. AIDS 환자가 되었다는 손해는 실제 AIDS 발병 시에 현실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여지 있음
- 결론: 환송심에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위 법리에 따라 심리하여야 함
쟁점 6: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상고
- 법리: 손해배상책임은 감염 원인인 혈액제제를 제조·공급한 자에 대해서만 성립
- 포섭: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의 전신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는 이 사건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이후인 1999. 12. 10. 설립됨. 공동 제조·공급 주장을 인정할 증거 없음
- 결론: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상고 기각
참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8다1677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