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다49422 손해배상등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원고 특정 기술정보가 구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독립적 경제적 가치)
- 영업비밀 침해 금지기간 도과 여부
- 선행판결 또는 기술제휴계약에 따른 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청구의 소송물 동일성 여부
소송법적 쟁점
- 원심이 원고가 신청하지 않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청구를 독자 청구원인으로 판단한 것이 처분권주의(민사소송법 제203조) 위반인지 여부
- 원심의 영업비밀성 판단에 필요한 심리 미진 여부
2) 사실관계
- 원고(가부시키가이샤 만요)와 피고(호성기계공업)는 모두 봉강절단기 제조·판매 회사임
- 피고가 원고의 봉강절단기를 모방한 것이 문제 되어, 피고는 1995. 8. 31. 원고와 기술제휴계약 체결 — 원고가 피고에게 봉강절단기 제작 기술 이전, 피고는 판매가격의 15%를 제작실시료로 지급, 계약 종료 또는 파기 후 원고 기술 사용 금지
- 피고는 위 계약에 따라 도면 2,100장을 제공받아 봉강절단기를 제조·판매하고도 원고에게 보고하지 않음
- 원고가 제기한 전(前) 소송에서 항소심(선행판결: 서울고등법원 2001나40024)이 봉강절단기 제작·판매 금지, 원고 고유기술 사용·유포 금지, 손해배상 5억 원 등을 명하였고, 대법원(2002다59658)이 피고 상고를 기각함
- 원고와 피고는 2004. 3. 15. 피고가 선행판결에 따른 금전지급의무 일부를 면제받고 나머지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기로 약정함
- 피고는 2005. 8. 22.부터 2012. 9. 1.까지 봉강절단기 17대를 총 5,824,487,048원에 제조·판매함
- 원고는 이 사건 소에서 선행판결 또는 2004. 3. 15.자 약정에 따른 원고 고유기술 사용 금지의무 위반을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하여 봉강절단기 제조 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함
- 원심은 원고가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1항, 제11조에 따른 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한 것으로 선해하여 금지 청구를 인용하고 총판매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손해액을 명함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민사소송법 제203조 (처분권주의) |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함 |
|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2015. 1. 28. 개정 전) |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 |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 |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 영업비밀 침해 시 상당한 손해액 인정 |
판례요지
-
처분권주의 위반
- 민사소송에서 심판 대상은 원고의 의사에 따라 특정되고,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에 대하여 신청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여야 함 (대법원 1982. 4. 27. 선고 81다카550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61646 판결 등 참조)
- 원고는 선행판결 또는 2004. 3. 15.자 약정에 따른 의무 위반을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일관되게 유지하였음. 원고가 영업비밀성에 관해 주장한 것은 '선행판결의 효력이 영업비밀에 한정되고 영업비밀성이 소멸되었다'는 피고 주장을 반박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임
- 선행판결·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청구는 요건과 증명책임을 달리하는 전혀 별개의 소송물임
-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움. 원심이 원고가 신청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하여 판결한 것은 처분권주의 위반임
-
영업비밀성 판단의 심리 미진
- 손해배상청구에는 침해행위 시를 기준으로 개정 전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적용, 금지 청구에는 원심 변론종결 시 시행 중인 법률 적용
-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
- 비공지성 관련: 원고·피고가 봉강절단기 구매자들과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거나 기술정보 비밀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였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음
- 비밀관리성 관련: 봉강절단기는 부품의 조립·분해가 가능한 공작기계로, 실제 제품을 분해하는 것만으로도 부품의 채부, 형태·수치와 같은 형상 정보는 쉽게 파악 가능함
- 역설계 용이성 관련: 도면에 기재된 공차, 재질, 열처리 방법, 경도 지정, 표면 마무리 기호, 감합 정밀도 등은 역설계가 용이할 가능성이 있으나, 역설계에 드는 기간·난이도 등에 관한 필요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음
-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영업비밀 침해를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적 없고, 피고도 영업비밀성을 선행판결의 효력 범위 다툼의 맥락에서 다투었을 뿐이어서, 증명 부족을 피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함
4) 적용 및 결론
쟁점 ① 처분권주의 위반 여부
- 법리 —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에 대하여 신청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여야 하며, 선행판결·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청구는 전혀 별개의 소송물임
- 포섭 — 원고는 선행판결 또는 2004. 3. 15.자 약정에 따른 의무 위반을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일관되게 유지하였고, 영업비밀성에 관한 주장은 피고의 선행판결 효력 제한 항변을 반박하는 범위에서만 이루어졌음. 비록 쌍방이 영업비밀성에 관해 공방을 하였더라도,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청구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음
- 결론 — 원심이 원고가 신청하지 않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독자 청구원인으로 삼아 판결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203조에서 정한 처분권주의 위반에 해당함
쟁점 ② 영업비밀성 판단의 심리 미진
- 법리 — 영업비밀에 해당하려면 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 비밀관리성(또는 비밀유지 상당한 노력)이 갖추어져야 하며, 영업비밀 침해 금지는 보호기간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
- 포섭 — 원고·피고가 구매자들과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거나 기밀보호 조치를 취했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봉강절단기의 특성상 형상 관련 정보는 제품 분해만으로도 쉽게 파악 가능하며, 나머지 도면 기재 기술정보의 역설계 기간·난이도 등에 관해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 원고는 영업비밀 침해를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적이 없으므로 증명 부족을 피고 책임으로 돌릴 수 없음
- 결론 — 원심판결에는 원고 특정 기술정보의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금지기간 도과 여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
최종 결론 — 원심판결 파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함 (대법관 일치된 의견)
참조: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5다4942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