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다56822 손해배상(자)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가변차로 신호등의 오작동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상 영조물의 설치·관리의 하자 인정 여부
- 현재 기술수준상 제어 불가능한 원인(저전압에 의한 모순검지기 미작동)으로 신호등 오작동이 발생한 경우,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 부재를 이유로 하자를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소송법적 쟁점
- 적법하게 증거조사되지 않은 문서(타 사건 사실조회 회신 사본, 판결문 사본)를 근거로 한 원심 사실인정의 채증법칙 위반 여부
2) 사실관계
- 원고 1은 1995. 12. 9. 15:15경 울산 중구 염포동 앞 왕복 6차로 도로를 효문교차로에서 염포삼거리 방면으로 시속 약 40km로 진행하던 중, 반대방향에서 소외 1이 운전하는 소나타 승용차와 충돌하여 좌측원위 대퇴골 개방성 골절상 등을 입음
- 사고 도로는 가변차로 신호등이 약 300m 간격으로 설치된 왕복 6차로 도로로, 신호등 지시에 따라 각 방향 차로를 2:4, 3:3, 4:2로 변경하여 운용
- 사고 당시 효문교차로로부터 염포삼거리 방면 마지막 가변차로 신호등(이 사건 신호등)에 이상 발생 — 효문교차로 방면에서는 오른쪽 2개 차로에만 진행신호, 나머지 4개 차로에 진행금지신호가 켜졌고, 염포삼거리 방면에서는 오른쪽 4개 차로에 진행신호가 켜지는 모순된 신호 상태 발생
- 소외 1은 이 사건 신호등이 자신의 진행방향 4개 차로에 진행신호임을 확인하고 차로 변경 후 반대방향에서 진행하던 원고 1 차량과 충돌함
- 제어기 점검 결과 SSR(솔리드 스테이트 릴레이) 고장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후 30여 분 뒤 현장 도착 시 신호등은 정상 작동 중이었음
- 원고 2, 원고 3, 원고 4는 원고 1의 처와 자녀들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 도로·하천 기타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 책임을 짐 |
판례요지
- 영조물 하자의 의미: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함. 기능상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음
- 판단 기준: 당해 영조물의 용도,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함
-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 없는 경우: 객관적으로 시간적·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결함이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에 있음이 입증된 경우라면 하자를 인정할 수 없음 (대법원 1988. 11. 8. 선고 86다카775 판결, 1998. 2. 10. 선고 97다32536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 참조)
- 모순신호 오작동의 특수성: 신호등이 점멸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한 방향에서 두 개의 모순되는 신호가 동시에 들어오는 오작동이라면, 운전자가 고장을 쉽게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으므로 곧바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음. 그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보면 정상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생기는 오작동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함
-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발생하는 고장을 예방할 방법이 없음에도 그와 같은 신호기를 설치하여 고장을 발생하게 한 것이라면, 그 고장이 자연재해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그 자체로 설치·관리자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신호등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임
- 설령 저전압이 원인이 되어 오작동이 발생하였고 현재 기술수준상 부득이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어 영조물 하자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음
4) 적용 및 결론
쟁점 ① 원심의 증거 채택 및 사실인정 적법성
- 법리: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는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음
- 포섭: 원심은 모순검지기에 흐르는 신호 전류가 저전압일 경우 모순검지기가 제어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 근거로 피고의 준비서면에 첨부된 타 사건(대구지방법원 95나10790, 97나5495)의 사실조회 회신 및 판결문 사본을 사용하였음. 그러나 위 문서들은 적법하게 증거조사되지 않은 문서들임이 기록상 분명하고, 내용도 가변차로 신호등이 아닌 일반 3색·4색 교통신호등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 가변차로 신호등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
- 결론: 원심의 사실인정은 채증법칙 위반에 해당함
쟁점 ②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상 하자 인정 여부
- 법리: 영조물 하자 판단의 기준은 방호조치의무 이행 여부이며,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이 없음이 입증된 경우에만 하자를 부정할 수 있음. 단, 서로 모순되는 신호가 생기는 오작동의 경우는 일반적 오작동과 달리 평가해야 함
- 포섭: 이 사건 신호등은 가변차로 운용이라는 특수한 용도를 가지며, 오작동 시 양방향 차량 모두에게 진행신호를 부여하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함. 각 방향에서 보면 각자 정상 신호로 보이는 모순신호 오작동은 운전자가 고장을 인지하기 불가능하여 위험성이 극히 높음.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예방할 방법이 없음에도 이러한 신호등을 설치하여 고장을 발생하게 한 것은, 불가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닌 한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임. 설령 저전압이 원인이고 현재 기술수준상 부득이하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예견가능성·회피가능성이 없어 하자 인정이 불가한 경우라 단정할 수 없음
- 결론: 원심이 이 사건 신호등의 설치·관리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영조물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
최종 결론: 원심판결 파기, 울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
참조: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다5682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