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헌가113 국가보안법 제7조에 관한 위헌심판
1) 쟁점
적법요건 판단
- 심판대상: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1980. 12. 31. 법률 제3318호)
- 재판의 전제성: 마산지방법원 충무지원 89고단625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서 위 조항 적용 여부가 재판 주문에 영향을 미침
- 제청 경위: 제청신청인들의 신청에 따라 제청법원이 직권 제청
본안 판단
-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구성요건("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이 지나치게 다의적·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헌법 제12조 제1항) 위반 여부
-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학문·예술의 자유(헌법 제22조 제1항), 양심의 자유(헌법 제19조) 침해 여부
-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헌법 제37조 제2항 후문) 여부
- 자의적 집행 허용으로 인한 평등권(헌법 제11조) 침해 여부
- 헌법 전문·제4조의 평화적 통일 조항과의 충돌 여부
- 합헌적 제한해석(한정합헌)의 가능 여부 및 그 기준
2) 사실관계
사건 개요
- 제청신청인들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도서 및 표현물을 소지·반포하였다는 혐의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 위반으로 기소됨
- 제청법원(마산지방법원 충무지원)이 제청신청인들의 신청에 따라 위 조항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함
당사자 주장
- 제청법원: 제7조 제1항·제5항은 지나치게 포괄적·막연하여 헌법 제12조 제1항(죄형법정주의) 및 제37조 제2항(기본권 제한의 한계,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에 위반될 의문이 있음
- 제청신청인: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 "찬양", "고무",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등이 포괄적·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어 무효임
- 법무부장관: 구성요건은 사회평균인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고, 판례·학설로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으며, 이적표현물 처벌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므로 합헌임
3) 적용법령 및 결정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 — 7년 이하 징역 |
|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 — 각 항 소정의 형 |
| 국가보안법 제1조 | 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 규제, 국가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 확보를 목적으로 함 |
|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 | 죄형법정주의 — 형사처벌은 법률로써 명확히 규정된 경우에만 가능 |
| 헌법 제19조 | 양심의 자유 —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짐 |
| 헌법 제21조 제1항 | 언론·출판의 자유 —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짐 |
| 헌법 제22조 제1항 | 학문·예술의 자유 —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짐 |
| 헌법 제37조 제2항 | 기본권 제한의 일반원칙 —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제한 가능,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
| 헌법 제4조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 수립·추진 |
| 헌법 전문 |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함 |
결정요지
(1) 제7조 제1항의 문언상 문제점
- "구성원"의 활동: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북한 주민 전체를 포함하여 어떠한 활동에 대해서도 찬양·고무가 금지되는 결과, 예컨대 북한 어린이의 노래 칭찬이나 북한 학자의 학문적 업적 평가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될 여지 있음
- "동조": 반국가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에 동조하는 것만으로 범죄 성립, 그 내용·동기 불문, 예컨대 남북단일팀 제의에 찬의를 표하는 경우까지 포함될 만큼 광범위함
- "기타의 방법으로 이롭게 한": 조문 구조상 찬양·고무·동조죄와 별개의 이적죄를 구성하며,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으로서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할 합리적 기준을 찾기 어렵고 구성요건의 내포와 외연이 미치는 한계를 가리기 어려운 광범성을 지님
- 위 다섯 군데("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적용범위가 광범위함
(2) 문언 그대로 해석·운영할 경우의 위헌적 문제
- 첫째, 언론·출판, 학문·예술의 자유 위축: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해를 줄 정도인지 불문하고 처벌하게 되어 형벌과잉 초래, 헌법 제37조 제2항 위반으로 헌법 제21조 제1항·제22조 제1항 및 그 전제가 되는 제19조 침해의 개연성 있음
- 둘째, 자의적 집행 허용: 적용범위가 과도하게 광범위하여 법운영 당국의 편의적·자의적 집행이 가능하고, 정부 비판세력 견제 수단으로 오용·남용될 소지 있음. 이는 법치주의 원리에 반하고 헌법 제11조 평등권 침해가 되며, 과도한 광범성은 잠재적 명확성 결여로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될 소지 있음
- 셋째, 평화통일 조항과의 충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의 접촉·대화·타협, 순수한 동포애 발휘까지도 처벌될 위험이 있어, 헌법 전문 및 제4조의 평화적 통일 지향 규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 발생
(3) 합헌적 제한해석의 법리
- 어떤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어서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을 최고 법규로 하는 통일적 법질서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합헌적 제한해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긍정적 면은 살려야 함. 이는 헌법재판제도가 정착된 여러 나라에서 널리 활용되는 통례임
- 제7조 제1항은 완전폐기해야 할 규정이 아님. 남북 대치와 긴장 상태에서 완전폐기로 오는 국가적 불이익이 폐기 이익보다 크고, 침략행위나 민주체제 전복을 부추기는 언동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는 것이 헌법이 아님. 다만 위헌적 요소가 있어 정비되어야 할 불완전한 규정임
- 합헌적 제한해석 기준: 제7조 제1항 소정 행위 중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처벌을 축소제한하는 것이 헌법 전문·제4조·제8조 제4항·제37조 제2항에 합치됨. 이는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에 비추어 당연한 요청임. 국가보안법 제1조의 입법목적(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 규제)에도 부합함
-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여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의미함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는 것: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 구체적으로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내부 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을 의미함
(4) 제7조 제5항에 관한 판단
- 제5항은 제1항을 요건으로 하므로, 제1항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광범위한 이상 문리에 충실한 해석을 하면 제5항에도 동일한 위헌적 요소 발생. 북한 등 공산국가 발행 서적이라면 그 내용에 관계없이 이적표현물이 되는 위험, 남북 문화교류 저해 가능성 등 제1항과 동일한 문제 발생
- 따라서 제5항도 그 소정행위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표현물의 내용이 그와 같은 경우를 의미하며, 실질적 해악이 될 정도에 미치지 않거나 해악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는 배제됨. 표현물과 외부관련성의 정도도 위험성 유무 판단의 별도 기준임
4) 적용 및 결론
제7조 제1항의 합헌적 제한해석
- 법리: 다의적·광범위한 법률 개념에 대해서는 합헌적 제한해석을 택하여 위헌적 결과를 배제하고, 처벌 범위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축소제한함
- 포섭: 제7조 제1항의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 등 다섯 군데 구성요건이 문언상 지나치게 다의적·광범위하여 국가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무관한 행위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될 위헌적 요소가 있음. 그러나 완전폐기 시 국가적 불이익이 크고 합헌적 요소도 존재하므로, 소정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해석하면, 언론·출판·학문·예술·양심의 자유 위축 문제, 자의적 집행으로 인한 평등권 침해 문제, 평화통일 조항과의 충돌 문제가 모두 해소됨. 이는 국가보안법 제1조의 입법목적과 헌법 전문·제4조·제8조 제4항·제37조 제2항에도 부합함
- 결론: 이와 같은 한정합헌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함
제7조 제5항의 합헌적 제한해석
- 법리: 제1항과 동일하게, 소정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됨
- 포섭: 제5항도 제1항을 요건으로 하므로 동일한 광범성의 위헌적 요소가 내재함.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에 미치지 못하거나 불분명한 경우는 처벌에서 배제되고, 표현물과 외부관련성의 정도도 위험성 판단 기준이 됨
- 결론: 이와 같은 한정합헌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함
최종 결론(주문)
-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각 그 소정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함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있음)
5) 반대의견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5항 위헌
(가) 구성요건 불명확성
- 제7조 제1항의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이라는 규정이 불명확하고, "찬양, 고무, 동조"의 각 의미도 불명확하며, 구성원의 활동까지 포함하면 처벌대상이 무한히 확대됨
-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① 모든 행위를 지칭하면 구성요건 설정 포기와 다름없고, ② 찬양·고무·동조 유사행위로 한정하면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반함. 표현의 자유를 규율하는 형벌규정에 "기타의 방법"이라는 구성요건을 둔 것 자체가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을 훼손함
- "이롭게 한"도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막연한 규정임
(나) 표현의 자유 침해
-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로서 헌법상 특히 중요한 기본권임. 의사표현에 형벌을 과하는 법률은 최고도의 명확성이 요구되며, 처벌은 장래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성향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에 의해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함(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 제7조 제1항은 구성요건이 애매하여 명확성이 결여되고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더러, 반국가단체에 이로울 수 있는 의사표현이 대한민국에 현실적으로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인지 불문하고 무조건 규제함. 정부에 대한 비판, 북한 등 공산계열에 관한 진실한 보도·정당한 평가·합리적인 언급까지도 처벌 가능한 구조로, 북한·통일 분야에 관한 국민의 알권리를 철저히 봉쇄하여 건전한 여론형성을 저해함
- 제7조 제1항은 죄형법정주의(헌법 제12조 제1항),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기본권제한의 한계(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됨
(다) 제7조 제5항의 위헌성
- 제1항 내지 제4항이 모두 불명확성과 표현의 자유 제한 한계를 벗어난 위헌 법률이므로, 그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표현물 제작·소지 등을 처벌하는 제5항 역시 위헌임
- 제5항의 행위유형(제작·수입·복사·소지 등)은 그 자체로는 위법적 행위유형이 아니고, 핵심적 요소는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소에 있음.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는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표현행위이므로, 제5항은 실질적으로 내심 차원의 사상을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과 다름없음. 따라서 헌법 제19조(양심·사상의 자유) 및 제22조(학문·예술의 자유)에도 위반됨
(라) 평화통일 조항과의 충돌
- 헌법 전문·제4조의 평화통일 이념은 남북이 대등한 지위에서 합의를 통해 통일을 이루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를 위해 상호 화해·협력, 칭찬·동조·교류가 필요함. 그런데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한에 이로운 것은 곧 대한민국에 해롭다는 상호배타적 적대관계의 논리를 강요하는 제7조 제1항·제5항은 헌법의 평화통일 조항에 위반됨
- 정부의 대북 접촉이 통치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일반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을 뿐이며, 헌법적 통제나 국회·국민 여론의 비판까지 면제되는 것이 아님
(마) 다수의견 비판
-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행위"도 객관적으로 뚜렷한 기준을 정할 수 없는 매우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것이어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주관적 해석에 맡겨질 수밖에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함. 불명확한 구성요건에 또 다시 불명확한 구성요건을 보태는 것이 되어 신체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보장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움
- 위헌성이 너무도 뚜렷한 법률에 대해 한정합헌결정을 내려도 위헌성이 치유되지 않으며, 한정합헌결정이라는 변형결정 형태 자체가 우리 법제상 허용될 수 없음
참조: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