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도995 살인(인정된죄명: 살인방조)·살인
1) 쟁점
실체법적 쟁점
- 담당 의사들이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 등 치료를 중단하고 환자를 퇴원시킨 행위가 살인죄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살인방조죄에 해당하는지
-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정범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 피고인들의 행위가 작위에 의한 방조인지, 부작위에 의한 방조인지
- 피고인 3(1년차 수련의)에게 살인죄 정범 또는 방조범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 보호자의 퇴원 요구 수용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들의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소송법적 쟁점
- 살인죄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공소장 변경 없이 살인방조죄로 처단할 수 있는지
- 범죄사실의 특정 여부
2) 사실관계
- 피해자는 1997. 12. 4. 술에 취해 넘어지면서 경막 외 출혈상을 입고 ○○○병원 응급 후송됨
- 피고인 1(신경외과 전담의)의 집도·피고인 2(3년차 수련의) 보조로 경막 외 혈종 제거 수술 시행, 이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부착 상태로 치료 중
- 수술 후 의식이 회복되어 가는 상태였으나 자발호흡 불완전, 폐 환기능력 감소 소견, 수술 부위 출혈 지속
- 피해자의 처(원심공동피고인 1)는 17년간 무위도식하며 가족을 구타해 온 피해자가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치료비 부담을 빌미로 퇴원을 반복 요구함
- 피고인 1, 피고인 2는 수 차례 퇴원 시 사망 가능성을 설명하며 만류하고, "차라리 몰래 도망가라"고까지 하였으나 원심공동피고인 1은 퇴원을 고집함
- 1997. 12. 6. 원심공동피고인 1은 퇴원 후 피해자 사망에 대해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귀가서약서에 서명함
- 피고인 1은 퇴원을 승낙·지시하였고, 피고인 2는 피고인 3에게 퇴원 조치 및 집까지 호송을 지시함
- 피고인 3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구급차로 피해자를 후송하면서 수동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사용하다가, 피해자 주거지 도착 후 사망 가능성을 고지하고 인공호흡보조장치와 기관 삽입관을 제거함
- 피해자는 피고인 3이 떠난 후 5분 이내에 뇌간 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함
3) 적용법령 및 판례요지
적용법령
| 조문 | 요지 |
|---|
| 형법 제250조 제1항 | 살인죄 — 사람을 살해한 자 처벌 |
| 형법 제32조 | 종범(방조범) —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 처벌 |
| 형법 제30조 | 공동정범 — 공동가공의 의사 + 기능적 행위지배 요건 |
판례요지
- 살인의 미필적 고의: 살인의 고의는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 의도가 없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 결과 발생의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예견하면 족하고, 그 인식이 불확정적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서 범의가 인정됨(대법원 2003도949 참조)
- 피고인들은 인공호흡기 제거 시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정범의 고의(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임
- 공동정범의 요건: 공동정범 성립을 위해서는 공동가공의 의사 + 기능적 행위지배가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공동의 의사로 서로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어야 함(대법원 2002도7477 참조)
- 피고인들은 퇴원을 극구 거절하였고, 퇴원 당시 인공호흡기 제거만으로 즉각적 사망이 확실히 예견되지 않았으며, 이후 피해자의 사망 경과를 계획·조종·지배하지 않았으므로 기능적 행위지배 흠결 → 공동정범 불성립
- 작위·부작위 구별: 행위자가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켜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작위범으로 봄이 원칙이고, 작위에 의해 악화된 법익 상황을 되돌리지 않은 점에 주목하여 부작위범으로 볼 것이 아님
- 피고인들은 피고인 3에게 피해자 집 후송·호흡보조장치 제거를 지시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통해 원심공동피고인 1의 부작위 살인을 도운 것 → 작위에 의한 방조
- 사전 방조의 인정: 종범은 정범의 실행행위 중 방조한 경우뿐 아니라,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용이하게 한 경우에도 성립함(대법원 95도2551 참조)
- 공소장 변경 없는 가벼운 죄 인정: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 불이익이 없는 한 공소장 변경 없이 더 가벼운 범죄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공동정범 기소 사건에서 방조사실로 인정 가능함(대법원 95도456 참조)
- 피고인 3 무죄: 1년차 수련의로서 퇴원결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상급 의사 지시에 따라 퇴원절차를 보조한 것에 불과하며, 원심공동피고인 1의 살해 의도를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정범의 고의 및 방조의 고의 모두 불인정
4) 적용 및 결론
피고인 3에 대한 판단
- 법리: 방조범의 성립에는 정범의 범행에 대한 인식과 방조의 고의가 필요함
- 포섭: 피고인 3은 1년차 수련의로서 퇴원결정 권한이 없고 관여하지 않았으며, 상급 의사 지시에 따라 퇴원 호송 등 절차적 보조만 수행하였고, 원심공동피고인 1의 피해자 살해 의도를 인식하였다고 보기 어려움
- 결론: 살인죄 정범의 고의·방조범의 고의 모두 인정 불가 → 무죄 유지, 검사의 상고이유 불채택
피고인 1, 피고인 2 — 정범(공동정범) 해당 여부
- 법리: 공동정범 성립에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 모두 필요함
- 포섭: 피고인들은 퇴원을 극구 만류하였고, 퇴원 당시 피해자에게 일정한 자발호흡과 정상 혈압이 있었으며, 인공호흡기 제거만으로 즉각적 사망이 당연히 예견되는 상황이 아니었음. 피해자의 사망에 이르는 핵심적 경과를 피고인들이 계획·조종·지배하지 않았으므로 기능적 행위지배 흠결
- 결론: 공동정범 불성립. 다만 미필적 고의(정범의 고의)가 없다는 원심 판단은 잘못이나, 기능적 행위지배 흠결로 공동정범 불성립이라는 결론은 동일하므로 판결 결과에 영향 없음
피고인 1, 피고인 2 —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 해당 여부
- 법리: 적극적 작위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켜 법익을 침해에 이르게 한 경우 작위범으로 봄이 원칙; 종범은 실행 착수 전 사전 방조로도 성립
- 포섭: 피고인들은 피해자 집 후송 지시, 인공호흡보조장치 제거 지시 등 적극적 행위로 원심공동피고인 1의 부작위 살인(치료 부양 방기)을 용이하게 함. 피해자가 매우 위독하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닌 이상 인과관계 인정 가능. 피고인 2는 퇴원 결정 권한이 없었더라도 피해자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 방조한 이상 살인방조죄 성립에 지장 없음
- 결론: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 성립. 피고인들 및 검사의 상고 모두 기각
공소장 변경 없는 죄명 변경 적법 여부
- 법리: 공소사실 동일성이 인정되고 피고인 방어에 실질적 불이익이 없으면 공소장 변경 없이 더 가벼운 범죄사실 직권 인정 가능
- 포섭: 살인죄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살인방조죄(더 가벼운 죄)를 적용하는 것은 공소사실 동일성 범위 내
- 결론: 공소장 변경 없는 살인방조죄 처단 적법
참조: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